“그때 제가 5년 차였고, 팀장이었어요. 퇴직금도 못 받고 나가는 사람들 생기고, 회사가 어렵길래 저도 사표를 썼죠. 그랬더니 사장님이 ‘성회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 나가면 우리 게임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는 거야’하면서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우시더라고요.”
사장의 진실한 모습에 그는 남았다. 이후 경영은 정상화됐지만, 회사는 그를 ‘손절’했다.
“사장님이요? 연락 두절은 아주 기본적이고요.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더니 무릎 꿇고 우시던 그분이 ‘당신은 누구세요?’하는 식이었어요. 그 뒤엔 ‘게임을 못 만들어서 손해를 봤으니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협박부터 시작해서….”
나처럼 당하는 후배 ‘겜돌이’가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개발 현업에서 물러난 게임방송인 김성회는 그런 마음으로 ‘게임업계 빚투’ 3부작을 준비했다고 한다.
“임금체불을 다루니까 댓글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어요. 댓글의 유형이 세 가지 정도로 나뉘었습니다. 일단 ‘듣긴 들었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유형이 있어요. 근데 나머지 두 유형이 재밌습니다. 하나는 ‘나도 게임업계 종사잔데 이거랑 똑같다!’, 또 하나는 ‘나는 게임업계 종사자는 아닌데, 이거랑 똑같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왜 게임업계의 임금체불의 체감도가 이렇게까지 높은 걸까? 그는 세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게임산업은 업력이 짧아요. 회사의 위기를 감지하고 경고해 줄 원로 선배들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합니다. 둘째로 이직 사이클이 아주 짧습니다. 노사 간 대립이 생기면 물리적 충돌이나 노조를 결성하는 식의 해결책을 찾기보다 그냥 다른 데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론 제가 ‘겜돌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게임 개발자들이 보통 ‘너드’ 성향의 기질이 많아요. 세상 물정 모르고 그저 게임 만드는 게 좋은 사람들이죠. 그래서 더 잘 당합니다.”
그는 영상에서 임금체불 가능성이 높은 게임회사를 피하는 법을 알리기도 했다. ‘탕비실에 간식 풍족한가 살피기’, ‘화장실 깨끗이 관리되나 확인하기’ 등이다. 근데 이건 본인도 솔직히 웃자고 만든 ‘야매 감별법’이라고 인정했다.
“체불 기업 피하기의 정석이 있을 리 없죠. ‘사실 저희가 많이 어려워서, 임금 30%는 못 받는다고 각오하셔야 할 텐데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사장님 없지 않습니까? 진짜 제대로 된 악덕기업 감별법은, 사실 업계 선배들에게 귀동냥하는 거예요. 그리고 조금이라도 임금체불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 회사에 가지 않는 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저는 제 월급을 떼먹었던 그 회사에 절대 입사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