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쟁 최전선…4대 그룹 AI 하우스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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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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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회장이 직접 영입한 초특급 인재 포진…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위한 전열 정비 완료[스페셜 리포트]


인공지능(AI)이 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인재들을 적극 채용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탄생시키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한국의 4대 그룹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AI 하우스’를 갖추고 전열을 정비했다. 그룹 회장이 직접 우수 인재 영업에 나서거나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지원을 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의 향방을 가를 최대 주요 변수이자 황금알을 낳을 미래의 승부처, 4대 그룹의 AI 하우스를 뜯어봤다.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우버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IBM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르빈드 크리슈나의 말을 빌리자면, AI 회사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IBM의 연례행사인 ‘싱크 디지털 2020’ 기조연설에서 “20년 전에는 많은 이가 모든 기업은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오늘 모든 기업이 AI 기업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미래 비즈니스의 답이 AI에 있다고 보고 AI 기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한국의 4대 그룹은 이미 각자의 ‘AI 싱크탱크’를 갖추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진용을 짰다. AI는 각 그룹에 어떻게 적용돼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까. 기업별 AI 비전을 정리했다.

삼성전자
“7개 글로벌 거점에서 우수 인재 확보”


“미래 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 6일 AI와 로봇 등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이 같이 주문했다. 경영진의 새해 행보는 기업의 최대 현안으로 주목 받기 마련이다. 이 부회장이 새해 첫 행보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뒤 찾은 곳은 바로 삼성전자의 AI 싱크탱크인 삼성리서치다.

삼성리서치는 2017년 11월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하며 확대 재편한 연구소다. 차세대 기술 등 미래 성장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특히 AI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 중심의 AI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비전 아래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비전과 그래픽, 음성과 언어, 로보틱스 등 전통적인 AI 분야는 물론 온 디바이스 AI 분야와 AI를 통해 삶에 새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강과 웰니스도 삼성리서치의 AI 연구 분야다.

삼성리서치의 강점은 글로벌 전역에 AI 허브를 갖추고 있어 우수 인재 확보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한국 AI총괄센터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등에 차례로 AI센터를 신설했다. 삼성리서치는 이들 연구센터의 지역별 강점을 적극 활용해 최고 수준의 연구 환경을 갖춰 AI 선행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리서치의 총괄 리더는 뇌 기반의 AI 연구를 개척해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전 교수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 회견에서 ‘뉴 삼성 비전’을 발표하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이뤄진 첫 영입 사례일 만큼 공들인 우수 인재다. 삼성전자는 승 소장을 통해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인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AI 관련 사업과 전략을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자동차를 위한, 자동차에 의한 AI 기술 연구”


현대차그룹은 2018년 AI와 로봇 분야를 5대 미래 혁신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모빌리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해 왔다. 이를 통해 탄생한 AI 연구 조직이 바로 에어랩(AIR Lab)이다. 이후 에어랩이 쌓아 온 연구 성과를 자동차 생산과 모빌리티 서비스에 실제 적용하기 위해 사내 독립 기업(CIC)인 에어스 컴퍼니(AIRS Company)로 격상시켰다.

에어스 컴퍼니는 자동차의 AI 연구와 모빌리티&라이프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현대차의 AI 전문 조직이다. AI 기술을 통해 전에 없던 모빌리티를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해 자동차 제조 공정 지능화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이동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2020년 2월 현대자동차와 KST모빌리티가 합작으로 선보인 수요 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인 ‘셔클(Shucle)’의 ‘실시간 최적 경로 설정’ 기술이다. 이 기술은 AI를 기반으로 실시간 발생하는 이동 수요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경로로 차량을 배차하고 정확한 대기 시간과 도착 시간을 예측해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한다.

에어스컴퍼니를 이끄는 김정희 리더(상무)는 네이버랩스 출신인 AI·머신러닝 전문가다. 김 상무는 “에어스컴퍼니는 현대차그룹의 밸류 체인 전반에 기여하는 계획을 꿈꾸고 있다”며 “가장 기본이 될 제조 분야뿐만 아니라 차량 내 고객 경험의 업그레이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가 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SK
“반도체 강자 등에 업은 산업용 AI 전문 회사”


최태원 SK 회장은 2019년 8월 SK이천포럼에서 “AI와 디지털 변혁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혁신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듬해 8월 SK의 독자 법인으로, 산업용 AI 전문 회사인 ‘가우스랩스’가 출범했다.

그간 SK그룹이 관계사별로 다양한 AI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AI 전문 기업을 표방하며 별도 법인화한 것은 가우스랩스가 처음이다. AI를 통해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SK그룹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우스랩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본사를 주축으로 서울 강남에 한국 사무소를 두고 있다. 자본금은 5500만 달러 규모로 2022년까지 SK하이닉스가 전액 투자한다. 가우스랩스는 우선 AI를 통한 반도체 제조 혁신을 목표로 하며 SK하이닉스의 제조 현장에서 발생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공정 관리, 수율 예측, 장비 유지·보수, 자재 계측, 결함 검사와 불량 예방 등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의 지능화와 최적화를 추진하게 된다.

가우스랩스는 미 UC샌디에이고 종신 교수이자 세계적인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로 통하는 김영한 대표가 이끌고 있다. 기술 개발을 지휘할 연구·개발(R&D) 최고책임자로는 아마존 출신의 윤성희 박사를 영입했다. 윤 박사는 반도체, 전자 상거래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력을 쌓은 AI 및 최적화 전문가다.

가우스랩스는 반도체에서 쌓은 AI 솔루션을 기반으로 SK그룹의 에너지·바이오 등 제조 관련 관계사는 물론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제1 목표는 세계적인 산업용 AI 파워 하우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LG
“계열사 난제 해결할 LG의 구원투수”


“디지털 전환이 LG의 미래다.” 구광모 LG 회장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사활을 건 대표적 경영자다. LG의 캐시카우가 가전 사업 외 마땅하지 않던 2018년 총수에 오른 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었다.

LG그룹의 AI 기술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2020년 출범했다. AI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배터리 수명과 용량 예측,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같은 계열사들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구 회장은 AI연구원 출범 축하 메시지를 통해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며 “AI연구원이 그룹을 대표해 기업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의 방법을 발전시켜 나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LG AI연구원은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LG경영개발원 산하에 둔 AI 싱크탱크다. 참여 계열사가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 AI 연구·개발(R&D) 등에 2000여 억원을 투자한다.

LG AI연구원은 최신 AI 원천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딥러닝 연구가 가능한 고성능화된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5월 17일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개발에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세부적 내용을 발표하며 과감한 투자를 알렸다. 이를 통해 전에 없던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고 꿈의 영역으로 여겨진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을 맡았던 배경훈 상무가 초대 LG AI연구원장을 맡아 AI 사업을 총괄 지휘한다. 배 원장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부터 다수의 자율주행·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AI 기술을 연구한 그룹 내 대표적인 AI 전문가로 꼽힌다.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구글의 AI 연구 조직 ‘구글 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역임한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도 LG AI연구원으로 합류해 LG의 미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LG AI연구원은 AI 분야의 중량급 우수 인재를 영입하며 핵심 연구 인력 규모를 100여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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