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계 황소개구리’ 가시박 퇴치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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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27. 오후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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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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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식물 죽이고 산책로 덮어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인근의 한강변 산책로. 천호대교부터 잠실철교까지 이어지는 1.5㎞ 구간의 강변을 초록색 덩굴식물이 온통 뒤덮고 있었다. 호박잎과 비슷한 모양에 줄기엔 가시 같은 억센 털이 나있는 식물로, 일대 낮은 수풀을 모두 덮었고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에까지 뻗어 나온 상태였다. 버드나무는 줄기를 휘감고 타오른 이 식물 때문에 광합성을 못해 잎이 누렇게 변한 모습이었다. 달맞이꽃, 부들 등 기존에 있던 식물은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생태교란종인 박과 식물 '가시박'이 지난 여름부터 빠르게 번식해 북측 한강공원 천호대교에서 잠실대교 구간을 뒤덮었다. 16일 오후 광진구 한강변에서 바라본 한강변에 가시박이 가득하다. /박상훈 기자

인근 주민 김모(58)씨는 “멀리서 얼핏 보고는 참 생기 있다고 느꼈는데, 가까이서 온갖 곳을 뒤덮은 모습을 보니 기괴해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주민 최모(53)씨는 “최근 산책을 나올 때마다 점점 (저 식물에) 점령당하는 범위가 넓어진다”며 “예쁜 강변의 경관을 망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강변뿐 아니라 전국에 빠르게 번지고 있는 이 식물은 ‘가시박’이다. 북미(北美)가 원산지로 1980년대 건너왔다. 강한 번식력을 바탕으로, 국내 곳곳의 토종 식물을 고사시켜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 불린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가시박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관리해오고 있지만, 매년 6~9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다시 번진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시박이 매년 어디서, 어떻게 퍼지는지는 파악이 어렵다”며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퇴치 작업을 벌여왔고 작년부터는 국비(國費)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전국 100여 곳에서 가시박 등 생태계 교란 생물을 퇴치하는 데 5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변은 상수도 보호 구역이라 약을 칠 수 없어 사람이 일일이 제거 작업을 하다 보니 속도가 더디다”고 했다.

제거 작업을 해도, 가시박의 빠른 성장 속도엔 역부족이다. 야생생물관리협회 이지선 부장은 “가시박은 한 뿌리에서 나온 줄기가 20㎏이 넘을 만큼 크게 자라기 때문에 완전히 자라기 전에 뿌리째 뽑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천변에서 자라는 가시박은 줄기가 굵고 튼실해 더 제거가 어렵다”고 했다. 국립생태원 외래생물연구팀 박정수 전임연구원은 “가시박은 토양 속 종자가 수년 동안 발아하는 형태라 일회성 제거 작업으로는 완전 퇴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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