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점은 낮고, 정부도 못믿어" 집사는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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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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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
30대가 40대 제치고 1위
`줍줍族` 42%가 30대 연령

민간상한제로 공급 우려되자
일단 사놓고 보자 심리 확산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청약 시장이 갈수록 과열되고 집값은 계속 치솟자 30대 무주택자들이 대거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대부분이 이제 갓 결혼하거나 결혼을 앞둔 청년층으로 청약가점으로는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전무한 사람들이다. 또 상한제 시행 이후에는 공급 축소로 경쟁이 격화되고 아예 내 집 마련 기회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며 틈나는 대로 '줍줍'에까지 전방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신혼희망타운은 공급까지 너무 멀 뿐더러 자격까지 까다로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감정원 연령별 월간 아파트 매매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8586건) 중 30대 거래량은 2608건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넉 달간 1위를 지켜왔던 40대의 거래 건수는 이달 2495건으로 한 계단 떨어졌다. 대세 상승이 뚜렷한 가운데 연중 최대 거래량을 이끈 주축 세력이 30대로 이동한 것이다.

30대가 대거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은 청약제도를 통한 주택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4㎡ 이하 중·소형 면적에 대한 100% 가점제를 시행하면서 부양 가구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은 저가점 30대의 당첨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실제 3억~4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한 서울 내 로또 청약 단지들의 당첨 커트라인이 대부분 60점을 넘기고 있다. 최대 40점을 넘기기도 쉽지 않은 30대 저가점자들은 아예 청약 도전을 포기하는 '청포자'로 청약 시장을 떠나고 있다. 30대 후반인 한 주부는 "결혼 후 20번 넘게 청약에 도전했지만 당첨은커녕 예비번호를 받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희망고문만 반복하다 청약 시장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의 30대 강세 현상은 매 부적격 및 미계약분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서도 나타난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최근 2년간 서울·경기·지방 광역시 등 주요 20개 단지 무순위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2142명 중 30대 당첨자가 916명으로 42.8%에 달했다. 20대 역시 207명으로 2030 당첨자가 전체의 52.4%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특히 3.3㎡당 평균 분양가가 4891만원으로 20개 단지 중 가장 높았던 서울 '방배 그랑자이'는 무순위 당첨자 84명 중 30대가 30명으로 35.7%를 차지했다.

기존 주택이든, 줍줍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30대가 집을 사려는 것은 정책적으로 30대 무주택자들이 설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 같은 중대사를 앞둔 30대 무주택자일수록 더 막막하다.

전 가구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국토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전국 각지에 총 15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급 속도가 더딘 데다 중산층 신혼부부들에게는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

올해는 서울양원 S2블록 269가구만 달랑 분양된 데다 이마저도 분양 시기가 한 차례 연기되고 추첨 오류까지 발생하는 등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나마 분양을 해도 소득기준이 전년도 가구당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로 돼 있다. 대다수 서울에 직장을 둔 맞벌이 부부라면 이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결혼 3년 차인 신혼부부는 "부부 중 한쪽만 대기업을 다녀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결국 일단 뭐든 잡아놓고 보자는 심정으로 지난달 은평구 아파트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무순위 추첨에 30대가 대거 지원해 당첨된 것은 그만큼 현금부자가 많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방치돼 있는 30대 무주택자들에 대한 내 집 마련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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