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삼풍백화점 터 9년만에 아파트촌으로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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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용범기자]붕괴사고로 502명이 죽고 940명이 다친 서울 서초동 옛 삼풍백화점 터가 사고 발생 9년 만인 오는 6월 아파트촌으로 완전 탈바꿈한다.

대참사가 일어난 지 9년하고도 하루가 되는 오는 6월 30일 백화점 터에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 `대림 아크로비스타`의 입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부실공사가 낳은 한국판 대재앙의 현장,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가 아파트단지로 바뀌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시행사인 대상측은 공사 지역이 조선시대에 상궁과 황관들의 무덤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착공 한 달 전인 2000년 11월과 2001년 4월 등 진혼제를 두 차례나 지냈다.

시행사측은 설계 당시 삼풍백화점 사고를 의식, 건물의 안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주택의 30%가 무너지고, 산사태가 일어날 정도인 진도 6~7의 강진에도 끄떡 없도록 설계했다. 구조설계와 감리는 외국 전문가에게 맡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기간 내내 안전문제가 논란꺼리였다. 공사현장과 맞닿은 삼풍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내려 앉아 인근 아파트 2390가구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일이 일어난 때문이다.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 문제를 들어 건축허가 취소청구 소송을 냈고,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토지용도를 변경해 준 당시 고건 서울시장이 고소되기도 했다.

결국 시행사의 피해 보상과 아파트 동 수 축소 등으로 인근 주민과 갈등이 해소되면서 새 아파트가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대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여파는 남아있다. A, B, C 3개동 757가구로 이뤄진 대림 아크로비스타는 A, B동과 C동간 웃돈이 최대 두 배 차이가 난다. C동 85평형은 프리미엄이 5억~7억원선. 반면 B동 85평형의 웃돈은 2억~3억원에 그치고 있는 것.

사람들의 선호도 엇갈린다. 입주가 다가오면서 A, B동은 매물이 30여건 나와 있지만 C동 매물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C동이 상대적으로 큰 평수가 많고, 남향이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기 때문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얘기다.

하지만 "A, B동은 무너진 백화점 터 위에 지어졌지만 C동은 사고에서 빗겨간 주차장 터에 들어섰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의 귀띔이다.

분양업무를 맡고 있는 대상 이종화 차장은 "삼풍의 기억 때문에 분양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입주가 다가오면서 전매도 이뤄지는 등 아파트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며 "옛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고 좋은 입지의 주거지로 정착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풍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희영씨는 "공사 초기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는데 아파트가 완공돼 가자 이제는 주민들도 인식이 바뀌어서 그곳으로 이사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아크로비스타는 A동에 165가구 B동과 C동에 각각 295가구와 29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A동이 지상29층이고 높이가 103m, B, C동이 지상37층으로 높이가 각각 129m에 달한다.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대지면적 6870평 건축면적 2690평 연면적 7만8174평으로 공사에 투입된 인력은 연인원 80만명을 넘어선다. 철근이 2만5735톤, 레미콘만도 19만5826 ㎥가 들어갔다. 시멘트는 1만7400포가, 모래와 시멘트의 혼합물인 레미탈 21만6343포가 투입됐다.

A와 B동 지하층에는 할인점 크기와 맞먹는 전용면적 2500평 규모의 대형상가가 들어선다. 지하1층에는 금융ㆍ명품ㆍ식음(패스트푸드)ㆍ병원권역이, 지하 3층에는 수퍼ㆍ수입잡화ㆍ식당가(푸드코드)권역 등으로 구성된다.

김용범기자 aforum@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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