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한 사람들 진정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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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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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출범에 "모든 경험과 지혜 공유할 것"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2년 반 동안 만났던 북한의 협상 대표들에 대해 그들도 모두 '사람'이었다면서, 향후 협상 결과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10일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북미 협상 과정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냐는 질문에 "북한이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카운터 파트(협상 상대방)와 함께 가족과 자식 이야기를 할 때 좋은 기억이 있었다. 북측 인사들도 인간적인 면모, 진정성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저는 (북핵 협상에 대해) 낙관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인간적, 지속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건 부장관은 이러한 협상 대표들이 보다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향후 북미 회담이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2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하노이 정상회담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담 전에 구체적인 합의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면서 "하노이의 문제점은 (북한의) 협상 대표가 비핵화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과 협상하는 북측 협상팀이 좀 더 권한이 있었다면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각 국가에서 오는 대표들이 권한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만나 목표를 합의하고 지도자들이 이를 확고하게 확정 짓는 것이다. 이것이 (대북 협상대표로 재직했던) 2년 반 동안의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에 이은 합의는) 한순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주고 받기와 신뢰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합의로 다가갈 수 있다. 미국은 2년 반 동안 그러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다른 사람이 미래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트럼프 정부)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북한과 협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 반 동안 더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실망했는지 묻는다면 '그렇다'"라며 "지난 기간 동안 우리는 북한에 70년 반목을 뒤로 하고 새롭게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너무 자주 대화 대신 협상의 장애물을 찾는데 주력했다"고 말해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로 인해 더 많은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안보보장과 제재 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북한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북한 역시 우리에게 그러한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상호 주고받는 방식의 합의를 도출해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비건 부장관은 북한의 안보 보장과 관련해 "북한의 협상 상대방은 장기적인 체제 보장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체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인식했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내년 1월 북한에는 8차 당대회라는 중요한 행사가 있다. 북한이 서둘러 외교를 재개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는 미국과 북한이 지속적이고 쉽지 않은 관여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큰 보상이 있는 진지한 외교를 하길 기대한다.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해 북한이 군사적 행동보다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 및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미관계에 대해 "미래에 대해서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만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로드맵은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주 크고 과감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북미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체계 구축, 궁극적으로 북한과의 경제 협력 등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비건 부장관은 "새로운 팀이 들어설 것이고 저는 그들에게 저의 모든 경험과 힘들게 얻은 약간의 지혜를 공유할 것"이라며 "전쟁과 분쟁의 시간은 끝나고 평화의 시간이 도달했다. 이를 위해 한국과 북한, 미국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협상에서 "거의 진전을 이룰 뻔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파생된 정신이 중요하다"며 "(북핵 문제 및 협상과) 관여된 모든 사람들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에서도 북한과 협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통일부는 비건 부장관이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 남북관계 및 한국 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이 크고, 인도주의 협력을 포함한 남북협력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북한에 대한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비건 부장관은 오는 11일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해슈테트 특사는 지난해 1월 스톡홀름에서의 남북미 간 만남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이후 이날 저녁 강경화 장관 주재 만찬을 끝으로 비건 부장관의 방한 일정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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