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바다의 김용균’ 막을 안전기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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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26. 오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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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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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적 따라…TF 구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벌여
기준 마련돼도 20톤 미만 어선엔 적용 안 돼 여전히 숙제로
한정애 의원 “사각 해소 속도 내야”…전문가 “특별법 필요”
한국에서 이주선원으로 일했던 중국인 ㄱ씨(47)가 지난 1월12일 부산 자갈치시장 어귀에 정박한 고기잡이배를 바라보고 있다. 2009년 선원비자를 받고 한국에서 처음 탔던 배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양수산부가 선원법상 선내 안전보건기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국제노동기구(ILO) 해사노동협약 발효에 따라 선내 안전보건기준을 마련해야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경향신문 5월6일자 9면 보도)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해수부·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해수부는 최근 ‘선내 안전보건기준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해 선주 및 노조단체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해수부는 한국 정부가 비준한 ‘2006 해사노동협약’에 따라 선내 안전보건기준 마련이 국가의 책무라는 점을 선원법에 규정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 장관은 구체적인 선내 안전보건기준 사항을 정해 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사노동협약이 국내에서 발효된 2015년 1월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고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8개 조문으로 구성된 일반적 기준(선원의 안전 및 위생에 관한 규칙)만 있을 뿐이다.

선내 안전보건기준을 마련해도 이 기준의 근거가 선원법이고, 선원법은 20t 미만 어선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거대한 사각지대가 생기는 문제는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어선이 20t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수부는 해사노동협약 외에 ‘어선원노동협약’을 비준하는 방식으로 모든 어선에 적용될 수 있는 선내 안전보건기준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어선원노동협약은 어선원의 산업안전보건을 규정한 국제협약으로, 해수부는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중 태국만 비준한 이 협약을 한국이 비준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과정이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비준 계획만을 이유로 20t 미만 어선에 적용될 안전보건기준 마련을 계속 유보해둘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원법 전문가인 권창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어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에 선내 안전보건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t 미만 어선의 산업안전보건 규정에 어선원 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선 노동부의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 현재 20t 미만 어선은 노동부가 2010년 어선원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 개정을 누락하는 바람에 기본적으로 산안법 전부가 적용된다.

노동부는 “어선 등 해양 분야는 해수부에 전문성이 있으므로 해수부가 일원화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어선 등 선박 안전에 관해선 (노동부 소관인) 산안법이 아니라 어선법 등으로 규율하는 것이 맞다”며 “산안법 시행령은 어선법 적용 사업의 경우 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이 어선원 안전보건 규정 사각지대가 해소돼야 이뤄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노동부는 “해사노동협약 발효에 따른 선내 안전보건기준은 20t 미만 어선에 적용되지 않고, 어선법의 관련 규정도 미비하므로 산안법 시행령만 우선 개정할 경우 어선원 안전보건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정애 의원은 “해수·노동부의 무관심·잘못으로 어선원 노동자에게 적용할 안전보건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만큼 사각지대 해소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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