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내 DTC 유전자 검사 허용 4년…시장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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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8. 오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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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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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허용된 지 만 4년이 됐다. 의료계 반발과 까다로운 규제에 막혀 산업 활성화는 지난 4년간 지지부진하다. 법으로 허용한 DTC 검사항목이 선진국에 못 미치는 11개 항목에 불과하고 일부 기업에 한해서만 심사를 거쳐 70개 항목에 대한 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소비자 관심이 높은 질병 진단이나 치료 등 의료적 목적의 검사는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미국에서 조상 찾기 서비스가 유행하며 시장이 활성화된 것과 달리 소비자 관심을 끌 킬러서비스 부재도 문제다.

국내 DTC 산업은 초기 개점휴업 상태를 거쳐 항목 확대에 발맞춰 올해 초부터 조금씩 발을 떼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에 막혀 1년 넘게 시작되지 못했던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도 곧 본격화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DTC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에 규제 완화는 주문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허용된 웰니스(건강관리 및 개인 특성) 분야 킬러서비스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컬래버' 사례도 늘고 있다.

◇DTC 유전자 검사 허용 4년…까다로운 규제·킬러서비스 부재로 시장 활성화 더뎌

DTC 유전자 검사란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이나 전화 등으로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에 직접 의뢰하는 검사를 말한다. 소비자가 가정에서 유전자 검사 키트를 배송받아 타액을 뱉거나 뺨 안쪽을 면봉 등으로 긁어 상피세포를 채취해 보내면 2주 안에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DTC 유전자 검사는 조기 검진을 활성화하고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질병과 비만 예방 등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키트 배송과 결과지 발송이 택배와 온라인을 통해 이뤄져 언택트 시대 최적 헬스케어 서비스로도 꼽힌다.

2015년 12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듬해 6월 30일부터 비의료기관인 유전자 검사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를 직접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당시 피부, 탈모, 혈압, 혈당, BMI 등 12개 항목에 대해 DTC 유전자 검사가 허용됐지만 항목이 적고 영역별로 산재됐다. 시장성이 낮아 업계는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DTC 유전자 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거쳐 최대 56개 검사 가능 항목이 늘어나며 서비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13개 항목을 추가하는 2차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생명윤리법에서 금지하는 각종 암, 심뇌혈관 질환 등 질병 대상 서비스는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한다. 4개 기관이 DTC 유전자 검사 분야에서 실증특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공용 IRB 심의에 막혀 사업 진행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디다. 테라젠바이오가 비만 관련 6개 항목에 대한 사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2월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으로 선정된 마크로젠은 현재 13개 신청 항목 중 당뇨병 항목에 대해서만 IRB 승인을 받았다.

◇DTC 유전자 검사 규제 완화 필요성 지속 제기

미국 시장조사업체 칼로라마 인포메이션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세계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2025년까지 25억달러(약 2조95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전자 해독 기술 발달로 검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최근 몇 년간 시장이 급성장했다. 선진국 대비 규제 강도가 높은 우리나라 DTC 시장 규모는 연간 50억원에서 100억원 미만에 머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속도가 너무 느리고 완화 범위도 제한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DTC 사업 승인권을 가진 IRB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 업계에서는 웰니스 영역에 한해서는 검사 금지 항목을 지정하고 그 외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네거티브 방식 규제 필요성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 질병 예방 항목을 포함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을 주관한 인증심사위원회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암이나 일반질환에 대한 검사까지 DTC 가능 영역을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BRCA1 유전자변이를 확인하고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이 질병 예측 분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업계관계자는 “소비자들은 DTC를 통해 암이나 질환에 대한 예측 정보를 얻고 싶지만 이 부분이 엄격히 막혀 비싼 검사비용을 내고 검사를 받을 유인이 떨어진다”면서 “섬세한 실험 수행능력과 분석력을 갖춘 한국의 유전자 분석 기술력은 미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만큼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DTC 업계 “킬러서비스를 찾아라”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 사업 분야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이원애그다이노믹스(EDGC), 디엔에이링크, 랩지노믹스, 마이지놈박스, 바이오니아 등 약 10여곳이 있다. 마크로젠은 '마이지놈스토리 더플러스'를 통해 스킨, 헤어, 헬스와 관련된 항목을 검사하는 DTC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뷰티, 건강기능식품, 운동 등 기업과 제휴를 통해 유전체 분석 결과뿐 만 아니라 운동, 화장품, 식단, 영양소 등 건강관리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DTC 항목 확대 이후 지난 2월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혈통 분석 서비스 '유후'를 출시하며 조상 찾기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DTC를 통한 조상 찾기 서비스가 활성화돼있다. 2003년 출시 초기에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선두업체인 23앤드미가 구글의 투자를 받으면 가격 인하가 가능했고 대대적인 TV 광고까지 시작하며 DTC 산업 자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시장 특성에 맞는 킬러 콘텐츠 개발 필요성이 지적된다.

업계관계자는 “단일 민족 국가인 우리나라에는 미국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고 가격을 더 이상 낮추기에도 무리가 있다”면서 “소비자 수요가 높은 질병 예측 검사가 허용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시장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업계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건강을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웰니스 항목을 잘 구성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데이터를 잘 확보하고 재미 요소를 넣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각 기관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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