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기업 동시다발 수사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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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9.09.25. 오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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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기업 동시다발 수사 배경과 전망

신뢰회복의 키…신속ㆍ신중하게 진행될듯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단과 수뇌부 공백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검찰의 대형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간 간부급 인사 발령과 함께 수사진용을 갖춘지 한달 만이다.

검찰이 그간 축적한 범죄 첩보를 바탕으로 동시다발로 대기업의 비리에 칼을 대기 시작한 것은 실추한 검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대외에 내보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방위ㆍ동시다발 수사 = 대기업 비리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 산하 부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후유증으로 대검 중앙수사부의 역할과 기능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김준규 검찰총장 취임 뒤 사실상 중수부 역할을 할 것으로 진작부터 예상됐다.

중앙지검 특수2부는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대한통운 지방 지사 2곳을 22일 압수수색하면서 대기업 수사의 신호탄을 쐈다.

24일에는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대한통운 지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신빙성 높은 첩보를 확인하는 단계가 아닌 어느 정도 `준비된 수사'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수2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 제기됐던 SK건설의 부산 오륙도 SK뷰 공사 관련, 시행사와 이면합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범죄수사1부는 태광그룹이 케이블 방송 사업자 큐릭스를 올해 초 인수하면서 방송법을 어겨 편법으로 지분을 소유했다는 이면계약 의혹과 정치권 로비 등을 전반적으로 내사중이다.

금융조세조사1부도 한진그룹의 부동산 취득과 세금 탈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고 인천지검 특수부는 22일 두산인프라코어 인천 본사를 압수수색해 군납품 과정에서 뒷돈을 챙겼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수사중이다.

◇"정체성 찾아야" =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한 시기에 자칫 기업의 활동을 위축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검찰의 이번 대기업 동시다발 수사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검찰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한 데 이어 검찰총장 후보자가 부적절한 개인 문제로 사퇴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총장 취임 뒤 검찰의 `첫 작품'인 이번 수사는 검찰이 맞이한 사상 초유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만큼 검찰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수사 때마다 불거지는 정치적 편향성과 정권의 의도가 담긴 표적 수사 시비도 검찰은 극복해야 할 과제의 하나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부정ㆍ부패 척결이라는 검찰의 정체성 회복이 이번 수사에 달린 셈이다.

최근 수개월간 공전한 검찰의 `체면'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중앙지검뿐 아니라 각 지방 검찰청도 대기업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토착기업까지 수사를 경쟁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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