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MLB현장] 매일 치료실에 살다시피 하는 추신수, 그의 무서운 승부욕

입력2019.07.14. 오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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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진화하고 있는 추신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생일에 홈런을 터트리기도. 후반기 3경기 연속 3출루를 기록 중인 그한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모양이다.(사진=이영미)>

“올스타 휴식기 직전에 우리 팀 코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올스타 직전 마지막 경기에서 타율을 2할9푼으로 올려놓겠다고. 미네소타 트윈스 원정 경기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는데 8회 볼넷으로 출루 후 왼 발목을 접질리는 바람에 교체되면서 전반기를 2할8푼8리에서 마무리했다. 그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2할9푼은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7)는 전반기에 0.290의 타율을 올리지 못할 걸 못내 아쉬워했다. 8일(한국시간) 타깃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경기 중 8회 볼넷 포함 4출루를 기록했던 그는 볼넷 출루 후 1루 귀루 과정에서 발목을 접질리는 바람에 딜라이노 드쉴즈와 교체됐다. 당시 경기는 1-1 무승부 상황이었고 연장 11회까지 이어졌는데 드쉴즈는 이후 두 차례나 더 타석에 들어섰다. 추신수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일 수밖에.

그리고 12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추신수는 전반기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며 타율을 0.291(323타수 94안타)로 올려놓았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던 그는 13일 경기에서 후반기 첫 홈런을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과 함께 타율을 0.294로 다시 끌어올렸다. 팀도 지구 선두를 달리는 휴스턴을 상대로 2연승을 올리며 기분 좋은 후반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14일, 추신수는 37번째 생일을 맞아(현지 시각 7월 13일)첫 타석부터 홈런으로 경기의 포문을 열었다.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시리즈 세 번째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3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 1사구 타율 0.294를 기록했다. 3경기 연속 3출루 경기.


추신수가 생일에 홈런을 터트린 건 이번이 처음.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생일 자축포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TV를 보면 많은 선수들이 생일에 홈런을 치는데 왜 난 그런 기회가 없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생일이 주로 올스타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경기를 뛰지 못했는데 올해는 올스타전이 일찍 열리면서 생일에 경기를 뛸 수 있었다.”

추신수의 홈런 타구는 우측이 아닌 좌측 상단을 넘기는 방향이었다. 좌완 선발 웨이드 마일리의 바깥쪽 커터를 밀어 쳐 홈런으로 만들었고 후속타자 대니 산타나도 솔로포를 터트리며 백투백 홈런을 완성했다.

“투수 마일리는 워낙 변화구가 좋은 투수이고 몸쪽, 바깥쪽 모두 잘 던지는 선수라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밀어치려고 생각했다. 계획된 타구가 홈런으로 나왔다.”

추신수는 이날도 팀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3회 호세 알투베의 실책으로 출루한 추신수는 노마 마자라의 1사 만루에서 나온 우익수 뜬공 때 마자라의 타구가 얕아 들어오기 힘들었지만 추신수는 과감히 홈을 향해 질주했고, 포수가 공을 빠트리는 바람에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빠트린 공이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주자에게 안전 진루권이 주어져 대니 산타나까지 홈 베이스를 밟았다. 추신수가 휴스턴의 내야 수비를 뒤흔든 셈이다.

추신수는 3회 홈으로 파고들었던 부분이 3루 비즐리 코치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루 코치님의 지시가 있었다. 상대 외야수인 스프링어가 공을 잡은 뒤 무게 중심이 다른 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고 송구가 힘들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양 팀의 경기는 11회 연장 승부 끝에 6-7로 텍사스가 패했다. 추신수는 경기 결과에 진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안타 5개로 이런 승부를 펼쳤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면서 “휴스턴 같은 강팀을 상대로 선수들 모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1점차 승부를 벌였다”고 위안을 삼았다.

원정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휴스턴의 선발 투수 웨이드 마일리는 “공 5개 밖에 안 던졌는데 이미 2개의 홈런이 나왔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으며 “추신수한테 맞은 홈런은 실투가 아니었다. 그가 잘 보고 반대편으로 제대로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스턴의 A.J. 힌치 감독은 이틀 연속 1회 추신수한테 홈런을 맞는 것과 관련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느 투수든 첫 타석을 잡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추신수, 대니 산타나와 같은 선수들이 있다면 쉽게 승부하기 어렵다. 이상하게 텍사스를 만나면 1회부터 꼬이는 일이 잦다.”

<추신수와 엘비스 앤드루스.(사진=텍사스 레인저스 SNS)>

한편 추신수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늘 내 생일이지만 솔직히 내 나이가 37세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몸과 마음은 여전히 젊은 시절의 추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이를 느낄 때가 있다. 이전에는 부상 당했을 때만 치료실을 찾았는데 지금은 매일 치료실에 가서 다양한 부위에 전기 치료 등을 받는다. 치료 부위가 늘어날수록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야구 선수로 그라운드에 서는 이상 자신의 플레이를 통해 나이를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매일 경기에 나가 전력을 다해 달린다.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더라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싶다. 내가 가장 기분 상할 때는 안타나 볼넷으로 베이스를 밟았을 때 대주자와 교체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 내 속도를 유지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추신수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여러 차례 선수 추신수가 보이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37세의 나이에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무섭게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추신수의 활약은 건강한 긴장감을 안겨 준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는 선수가 아니다. 37세의 선수가 필드 밖에서 얼마나 절실하게 노력하는지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는 30대 중반의 선수들 중 추신수처럼 야구에 대해 집념과 승부욕을 보이는 선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추신수의 시즌 15호 홈런은 그가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 후 기록한 통산 홈런 중 딱 100개를 채운 숫자이다. 항상 자신은 홈런 타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숫자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중이다.

<노마 마자라와 기분 좋은 하이 파이브.(사진=텍사스 레인저스 SNS)>

<미국 알링턴=이영미 기자, 통역 정선경>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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