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600명 “성소수자 자살은 사회적 타살”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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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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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직접 표현하는 온라인 포스트잇 공간에 연대의 메시지를 모았다. 전체 내용은 http://bit.ly/Ally_Counselors202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면 갈무리.

심리상담사들이 잇따른 성소수자들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며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 변화를 위해 행동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소속 등 상담사 600명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은 일상에서 미묘한 차별부터 생존 위협까지 다양한 차별과 폭력을 겪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가져온다”며 “성소수자의 자살은 개인적 선택이 아닌,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모든 사회 구성원들과 구조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타살”이라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작가 고 이은용씨, 고 김기홍 전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고 변희수 하사 등 최근 연이어 트랜스젠더들의 사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성명에 참여한 상담사들은 모두가 있는 모습 그대로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상담의 중요한 목표인만큼 심리상담사로서 세 트랜스젠더의 죽음에 슬픔과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명은 “앞으로 심리상담사들은 성소수자 차별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위해 계속 행동하겠다”며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전문적 심리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각자의 가치관을 성찰하고 감수성과 역량을 증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모집한 성명에 600명의 상담사들이 연대했다.

성명을 주도한 박도담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선임상담원은 “성명서가 성소수자에게는 ‘같이 살자’는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로, 사회에는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성소수자들이 진정으로 자기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담소 안팎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성소수자 차별은 상담소 안에서도 이뤄진다. 지난 2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591명의 트랜스젠더 중 68명(11.5%)의 참여자가 전환치료 목적의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상담사로부터 전환치료 목적의 상담을 받아본 이는 39명(57.4%)이었다. 전환치료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살아가도록 하거나 트랜스젠더가 자신이 정체화하는 성별이 아니라 출생시 지정 성별로 살아가도록 강제하기 위한 치료를 말한다. 과거 전기충격, 약물치료 등으로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는 비과학적인 믿음에 의해 자행됐으나 오히려 성소수자 당사자의 자기혐오와 자살률만 높이는 등 부작용이 심하고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대다수 문명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동성애를 ‘이상 성욕’으로 규정하는 등 전환치료를 시도한 심리상담사가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영구제명되는 일도 있었다.

박도담 상담원은 “상담사 스스로도 가치관과 편견이 내담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도록 꾸준히 성찰해야 한다”며 “성소수자의 차별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되, 성소수자라는 점이 내담자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5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은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는 상담사 리스트를 제작하고 성소수자 상담과 관련한 강연이나 워크숍을 여는 등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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