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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승일 “‘리턴’ 캐스팅 된 뒤 한달 만에 7kg 찌웠죠”

[SBS funE l 강경윤 기자] SBS 드라마 ‘리턴’에서 배우 홍승일(43)은 후반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독고영(이진욱 분)이 사건의 실체를 좇던 중, 홍승일이 맡은 주찬영 기자는 새로운 진실을 꺼내 들었다. 주찬영이 후줄근한 겉모습에 감춰졌던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이 반짝였을 때, 배우로서의 홍승일의 존재감도 함께 빛났다. 평범한듯 하지만 놀랍게도 반짝이는 배우 홍승일은 어디에서 왔을까.

홍승일은 ‘리턴’을 통해 거의 처음으로 안방극장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이미 연극계와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연극 ‘라이방’, ‘웰컴투 오아시스’, ‘샐러리맨의 죽음’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관객들을 만나왔다. 2016년 숏쇼츠 국제단편영화제와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 ‘히치하이커’에서 홍승일은 숏쇼츠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말하자면, 홍승일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배우가 아닌,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하다가 문득 ‘리턴’을 통해 그의 반짝임을 슬쩍 내보였을 뿐이었다.

주로 날카로운 턱선과 때론 섬뜩하리만큼 차가운 눈빛을 자랑했던 배우 홍승일은 ‘리턴’의 주찬영 기자 역을 제안받고 곧바로 외모에서 변신을 준비했다. 현재는 삼류기자일지라도 한때는 사건의 진실을 좇기 위해 뛰어다니던 일류 기자였던 만큼, 그 세월의 격차를 표현하고자 그 방법을 고민했다. 

“퇴물 기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살을 찌우고 머리를 길렀어요. 체육학을 전공한 사람이라서 몸이 무거워지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리턴’을 제안받고 최대한 몸을 불리자고 한 거죠. 그래서 한 달 조금 넘게 해서 7kg를 찌웠어요. 짧은 시간에 살을 찌워야 해서 먹고 자고 일어나서 또 먹고 자고만 반복했죠(웃음).”

그래서일까. 홍승일은 연극나 연극에서 보여줬던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보다는, 어딘가 허점이 보이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홍승일은 19년이 흐른 뒤 퇴물로 전락해버린 기자 주찬영 역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진욱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했다.

“배우들끼리 대사만 맞춰봐도 어떤 사람인지 대충 눈치를 채는데 이진욱 씨는 ‘참 밝은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은데, 진욱 씨는 주인공이다 보니까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줬고요. 일부러 장난도 많이 치면서 자칫 긴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깨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무릇 배우라면 자존심도 내면이 단단해야 한다고들 한다. 배우 홍승일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그런 면이 엿보이는 배우. 홍승일은 “마흔을 넘으면서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을 전공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대학로로 들어와 배우가 된 홍승일은 마흔을 넘어서면서 배우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체육과와 특공대를 나왔지만 그런 과거와는 달리, 얽매임보다는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어요. 배우가 된 이유도 군을 제대한 뒤 첫사랑이었던 당시 여자친구가 미래를 이유로 헤어짐을 통보하자 우연히 선택한 거였어요. 첫사랑이 보란 듯이 배우가 되자고 한 거죠.(웃음) 하지만 어떤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배우 생활을 하다가 몇 번의 시련을 맞고 지금의 제 모습이 된 거죠.”

그는 내면이 단단하다 못해서 모서리가 칼처럼 날카로웠던 스스로가 변화하게 된 이야기를 덤덤히 들려줬다. 연극을 하면서 꿈이라는 걸 꾸게 된 이유는 스스로 바닥을 치게 됐던 몇 번의 경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두 번의 경험이 있었어요. 33세쯤이었는데 극단에서 나와서 인도 여행을 떠났어요. 그곳에서 세계관이 좀 바뀌게 되었어요. 이후 축구를 하다가 광대뼈를 다쳤어요. 그 일로 1년 넘게 연극을 쉬었어요. ‘이제 할 만큼 했다, 포기하자’ 한 거죠. 그렇게 빚은 빚대로 쌓였어요. 어느 날 길거리 공연에 단역으로 출연 제의가 왔는데 모든 게 감사해졌어요.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감사해지면서 제 인생에 큰 변화점이 온 거죠. 노는 것도 좋아하고 실수도 많았던 저였지만 그 이후로는 배우라는 직업을 대하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의 30대 꿈은 “40대가 되는 것”이었다. 중년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어느 순간 얼굴에 드러나길 바랐다는 것.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느낀 것도 배우로서 가장 큰 시련은 겪던 그즈음이었다.

홍승일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라고 묻자 그는 “그 질문이 꼭 나올 것 같았다.”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가장 뻔한 질문을 던졌지만, 질문자가 머쓱해질 정도로 홍승일은 가장 현실적이고 자신만의 개인적인 답변을 내놨다. 

“거창하게 말하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거겠죠. 솔직하게 말해도 될가요? 제대로 밥벌이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년 동안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경제적으로는 많이 배고팠거든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걸 얻어먹었어요. 배우로서 인정받는다면, 좋아하는 친구들, 동료들에게 맛있는 거 한번 제대로 다 사주고 싶어요. 돈 걱정하지 않고 먹을 걸 걱정 없이 다 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대답이 좀 그런가요.(웃음)”

지나치게 솔직하지만 그래서 더 인상적인 답변을 한 홍승일은 껄껄껄 웃었다. 그 웃음에는 20년 가까이 연기만 바라보며 달려왔던 내면의 단단함과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리턴'은 그가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우연히 찾아온 기회이자,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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