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G V50 그냥 가져가세요”...판치는 불법지원금에 ‘5G폰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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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50 그냥 가져가세요" "갤럭시 S10 여기가 제일 쌉니다" 11일 오후 4시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빽빽이 들어선 스마트폰 판매점 곳곳에 손님을 유혹하는 글귀들이 붙어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 간 5세대(G) 자존심 대결이 불이 붙으며 국내 스마트폰 판매 유통망에 막대한 불법지원금이 판치고 있다. 불법지원금이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 규정하는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15% 외에 별도로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통신사들이 유통망에 대규모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불법지원금을 통해 LG전자 첫 5G폰 LG ‘V 50 씽큐’가 출시 당일(10일)부터 공짜폰까지 풀렸다는 소문에 ‘뽐뿌’ ‘알고사’ 등 스마트폰정보 커뮤니티에는 일명 ‘빵집’(실구매가격 0원을 뜻하는 은어) 위치를 공유하는 글들이 넘치고 있다. 기자도 관련 글들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 구매 성지(聖地)’로 알려진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향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이경탁 기자


한산한 테크노마트 PC판매 매장. /이경탁 기자

테크노마트에 도착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주말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분위기였다. PC판매 매장에는 손님은커녕 일부 가게 점주들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9층으로 올라오니 인파로 북적였다.

기자가 올라오자마자 한 판매점원이 큰 소리로 "여기와서 물어보세요"라고 외쳤다. 흠칫 놀라 다가가니 어떤 기종을 찾느냐 물었다. 기기변경으로 V50을 보러 왔다고하니 전자계산기를 내밀었다. 원하는 가격을 입력해보라는 의미다. 0을 입력하니 판매점원이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12를 찍었다. 8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현금완납이 조건이었다.

가장 비싼 요금제로 공시지원금을 최대로 지원받는 가격보다 약 40만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공짜폰이 아니었기에 다른 가게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가게들만 어림잡아 100개 가까이 돼 보였다. 모든 가게마다 손님으로 넘쳐나 판매점원들이 정신없이 상담을 진행 중이었다. 손님들은 가족 단위부터 커플, 학생, 중장년층 등 다양했다.

테크노마트 9층 매장에서 손님들이 스마트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이경탁 기자


테크노마트 판매 점원들은 일명 ‘폰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전자계산기로 손님들과 흥정한다. /이경탁 기자.

판매점원 모두 손님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며 전자계산기를 내밀었다. 전자계산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통법에 따른 불법지원금 신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명 ‘폰파라치’라고 불리는 이들은 단말기 보조금 관련 불법행위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다.

또 다른 가게에 가서 V50을 문의하자 전 가게보다 더 높은 16만원을 제시했다. 자리를 일어서려고 하자 그 점원은 "기기변경 대신 타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면 조건이 더 좋다"라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계산기에 5를 찍어 기자에게 보여줬다.

이후 서너 곳의 가게를 더 둘러본 결과 요금제나 결합상품, 개통일자 등 부가 조건에 따라 가격이 달랐지만, 대략 5만원~15만원 선으로 V50 가격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기자는 빵집 찾기에는 실패했다. 이날 리베이트가 가장 많았던 통신사는 SK텔레콤으로 추정된다. 기기변경과 번호이동 모두 조건이 좋았다.

V50과 함께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갤럭시 S10 5G 시세 역시 현금완납 기준 30만원~40만원 선으로, 공시지원금만을 받는 정상 구매가 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어 강남역 지하상가로 발길을 옮겼다. 강남역 지하상가에도 많은 스마트폰 판매점이 있었는데 역시 공식 구매가보다 싼 가격을 제시했지만, 파악하기 어려운 부가 조건이 많이 달렸다.

반면 고객들에게 공시지원금만을 지원할 수 있는 공식 대리점들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공식대리점 점원은 "지나가는 고객들이 문의는 많이하고 있는데 전부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역 지하상가 내 한 스마트폰 판매 매장. /이경탁 기자


KT 공식대리점 모습. /이경탁 기자

고객 입장에서는 일부 판매점의 높은 보조금을 통해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주의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특히 일부 오프라인 매장들은 추후 ‘페이백(상품을 살 때 지불한 돈을 계좌이체를 통해 돌려받는 것)’을 미끼로 고객들을 유혹하지만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 갤럭시노트를 페이백을 조건으로 구매한 한 사용자는 "35만원을 다시 입금받아 할부금을 없애는 조건인데, 계속 돈 입금이 되지 않아 판매점에 연락하니 알아본다고만 하고 계속 연락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경우 실제 상담 과정에서 이뤄진 내용과는 다른 별도의 조건과 비용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공짜폰 광고글을 본 뒤 피해를 입은 고객들도 많다. 직접 발품을 팔기 어려운 고객들이 SNS를 통해 개인인증 절차를 진행한 뒤 온라인 판매자와 상담 후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지만, 배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심지어 아예 연락이 두절됐다는 피해사례도 있다.

한편 올해 3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방송통신위원회 심결서를 근거로 한 단말기 불법 판매장려금 분석 결과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3사의 판매 장려를 위한 불법 리베이트는 2017년 기준으로 5367억원에 달한다.

[이경탁 기자 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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