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67억원은 있어야 부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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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30.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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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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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자산 10억 이상' 자산가들이 본 부자의 조건
- 10억 이상 보유 32.3만명…1년새 4.4%↑
- 증시 침체로 금융자산 5년 만에 40% 밑으로
- '투자 확대보다 유지' 보수적 자산 운용
- 믿을 건 부동산…1순위 투자처 '빌딩·상가'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총자산 67억원. 연봉 2억2000만원. 월 생활비 1000만원. 서울 강남·서초·용산구 등 거주자.

KB금융이 분석한 ‘진짜 부자(富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부자로 가정했을 때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총자산(금융자산+부동산자산+골프회원권 등 기타자산) 평균은 67억원으로 파악됐다. “100억원 초과” 답변도 18%가 넘었다. 일반인은 쉬이 떠올릴 수 없는 규모다.

다만 부자들도 경기 침체 탓에 보수적인 투자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성 금융자산 비중이 최근 1년새 커진 게 그 방증이다. 추후 유망 투자처는 빌딩·상가를 많이 꼽았다.

◇자산 40억~50억 미만 79% “나는 부자 아냐”

29일 KB금융 경영연구소의 부자보고서를 보면, 부자들에게 ‘한국에서 부자라면 어느 정도의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하나’라고 질문하니 총자산 평균 67억으로 조사됐다. KB금융은 2011년부터 매년 금융자산(현금, 예·적금, 보험, 채권 등의 합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정의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부자는 32만3000명으로 1년 전(31만명)보다 1만3000명 증가(4.4%↑)했다. 보고서는 이들 중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이 바탕이 됐다.

가장 답변 빈도가 높은 금액은 총자산 50억원이었다. 전체의 22.7%가 이를 부자의 기준으로 봤다. 그 뒤를 100억원(18.3%), 30억원(17.2%), 20억원(7.6%), 10억원(6.5%), 200억원(3.4%)의 순이었다. 그 평균이 67억원이다.

부자 중 45.8%는 스스로 부자라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이한 건 총자산 40억~50억원 미만인 경우 이처럼 생각하는 비중이 21.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30억~40억원 미만(38.6%)보다 낮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50억원의 목표를 두고 자신이 부자에 아직 못 미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소 50억원을 진짜 부자의 마지노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자가구의 연간 소득은 평균 2억2000만원으로 나왔다. 일반가구(5700만원) 대비 3.9배 높다. 근로 혹은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노동소득’ 비중이 63.0%로 가장 컸다. 부동산 임대, 금융상품 이자 등 ‘재산소득’은 32.5%였다. 일반가구(노동소득 85.6%, 재산소득 6.7%)와는 차이가 있다. 주목할 점은 부자 사이에서도 소득 구성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총자산 50억원 이상의 재산소득 비중은 40.6%로 50억원 미만(27.1%)의 1.5배에 달하는 게 대표적이다. 총자산이 많을수록 거주 주택 외에 추가 수익이 가능한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부자의 씀씀이도 일반인과 차이가 컸다. 부자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1040만원으로 일반가구(254만원)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부자의 45.0%는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 내에서도 특히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종로구, 성북구, 영등포구 등의 집중도가 높았다.

◇“올해 투자 늘리겠다”는 부자 10%뿐

관심이 모아지는 건 부자들도 불경기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 부자의 총자산 중 금융자산은 39.9%로 조사됐는데, 이는 2014년(39.2%) 이후 최저다. 지난해의 경우 42.3%였다. 1년새 부동산자산의 비중(53.3%→53.7%)이 상승한 것과는 다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자산 감소는 주가 하락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부자의 유동성 금융자산, 다시 말해 현금, 수시입출금, 머니마켓펀드(MMF)의 비중이 지난해 9.7%에서 올해 14.0%로 급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침체 국면에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자,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올해 투자 계획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금융자산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변은 10.0%에 그쳤다. 지난해 26.5%보다 16.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침체 심화, 정부 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KB금융 측은 전했다.

그렇다면 부자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장기 유망 투자처는 어디일까. 1위는 빌딩·상가로 24.8% 비중에 달했다. 거주외주택(14.8%), 거주주택(1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보다 부동산 선호도가 더 높다는 얘기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주식(12.0%)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해외 부동산도 관심의 대상이다. 총자산 50억원 미만과 50억원 이상 부자의 59.0%, 53.9%가 각각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선호 지역은 베트남(57.1%), 싱가포르(32.1%), 중국(30.7%), 말레이시아(26.4%) 등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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