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9일 코로나19 백신 1차 누적 접종자가 300만명을 넘었다. 질병관리청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300만 명 접종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게 되었다는 것을 기쁘게 국민 여러분들께 설명해 드린다”며 자축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했다. 화이자 백신 물량 부족으로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의 추가 예약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2차 접종 수요가 큰 상황이기에 1차 접종 추가 예약 자제를 요청했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선 당국이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이자 백신의 2차 물량을 무리하게 당겨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화이자 물량은 총 211만7000회분이다. 30일 기준 1차 누적 접종자 141만5434명, 2차 누적 접종자 19만8685명으로 총 161만 4119만 회분이 사용됐다. 남은 물량은 50만 2881회분인데 곧 1차 접종자 141만5434명의 2차 접종 시기가 다가온다. 당장 2회차 접종을 하기도 부족한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4월 말까지는 1차 접종에 집중했다. 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이 3주인 점을 고려해 5월부터는 2차 접종을 위한 백신 공급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5월 중·하순에는 다시 1차 접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황호평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 1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차와 2차 물량이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 그 개념보다는 일단은 도입된 물량을 가급적이면 빠르고 신속하게 접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사실상 백신 당겨쓰기를 시인했다. 배경택 코로나19 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4월까지 목표 중 하나가 고위험군에 대한 신속한 접종을 통해 치명률과 중증 환자를 줄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속하게 접종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1차 접종을 진행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AZ와 화이자는 완전히 다르다. 3주 간격을 지켜서 정확히 맞춰야 하는데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2차 물량을 당겨 쓴다는 건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 백신을 당겨쓰듯 화이자를 당겨 썼다는 건 정말 황당하다. 접종 간격이 3주로 짧은 만큼 한 사람당 2번 접종할 물량을 확보해놓고 계획을 짜는 것이 상식”이라며 “4월 말 접종 목표를 맞추려다가 주먹구구식으로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물량이 계속 들어올 거라는 가정을 하면 1차 접종자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필요한 물량이 제 시기에 들어올 수 있냐는 딜레마가 있다.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런 줄타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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