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부글부글’… 이의제기 98% “공시가 낮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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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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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제출 집계 내용 보니
30억초과 주택 9.94%로 가장 많아
공시가 크게 오른 세종시 4095건
2020년 275건보다 15배나 늘어

거친 불만에도 조정비율 5% 불과
전문가들 “반발 더 거세질 가능성”


서울 남산 공원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연합뉴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제기가 급증한 것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으로 그만큼 공시가격이 한꺼번에 많이 오른 영향이 크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2007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19.05%로 집계됐다. 공시가격안에 대한 의견제출도 2007년(5만6355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접수된 의견 4만9601건 중 공시가격을 높여달라는 의견은 1010건(2.0%)에 불과했고, 나머지 4만8591건(98.0%)이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였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과세 기준이 되는 만큼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한 집주인들의 불만이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시가격이 비쌀수록 이의제기를 한 비율도 높아졌다. 구간별로 보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들 중 의견제출을 한 비율은 재고 대비 0.15%인 반면,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원 초과 주택은 3.3% 수준이었다. 30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9.94%까지 늘어났다.

공시가격이 올해 70.25%나 오른 세종시는 의견제출 건수도 지난해 275건에서 올해 4095건으로 15배가량 늘었다. 재고 대비 비중도 0.24%에서 3.39%로 치솟았다. 특히 세종에선 아파트 단지들이 공시가격 산정에 공동 대응을 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 의견을 취합해 접수한 것은 통계에 1건으로 집계되는 만큼 호수 기준으로 하면 훨씬 더 많은 집주인이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2만2502건)과 제주(46건)는 지난해보다 의견제출 건수가 줄었다.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을 놓고 역대급으로 많은 불만이 쏟아졌지만, 의견이 수용돼 공시가격이 조정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용률 2.4%보다는 높아졌지만, 의견제출이 가장 많았던 2007년 수용률(11.6%)과 비교하면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국토부는 올해 5만건에 육박하는 의견 중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한 검토를 거쳐 2485건을 조정했다. 조정된 공시가격의 연관세대와 직권정정까지 합친 조정 건수는 4만9663건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도 함께 공개한다. 기초자료에는 해당 주택의 주변 교육시설이나 공공편익시설, 지하철 등 교통시설 분포와 같은 주변 환경을 비롯해 용도지역, 용적률 등 해당 단지의 특성, 면적과 방향 등 세대 특성, 인근 주택 거래 사례와 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시세정보 등이 포함된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시가격을 산정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28일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 앞에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뉴스1
하지만 의견 수용률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만큼, 집주인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공시가격 발표가 미세조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의 세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소득이 불안정한 은퇴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을 산 젊은 세대도 공시가격 상승에 큰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올해부터 기초자료를 함께 내놓긴 했지만, 공시가격 산정기준이나 배점 등의 이해나 체감이 큰 자료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요자가 알기 쉽게 주변 환경, 단지특성, 세대특성 등 주택 특성 자료의 배점기준 등을 계량화 수치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공동주택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더펜트하우스청담’(407㎡)이다. 공시가격은 163억2000만원으로 영화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와 골프선수 박인비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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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박세준 기자입니다. ‘밥벌이의 지겨움’은 인정하지만, 조금씩 세상이 바뀌는 중이라는 걸 믿고 밥벌이를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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