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기 쉽고 고급스러워야 랜드마크"···대어급 재건축 '네이밍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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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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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명에 조합원 반발 잇따르자
개포주공4·둔촌주공 전문업체 의뢰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서울경제]

서울의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단지명 변경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서는 부르기 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엔 건설사나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했지만 최근 들어 전문 브랜딩 업체까지 참여하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서 3,375가구 규모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중인 개포주공4단지는 최근 전문 브랜딩 업체에 새로운 단지명 후보를 의뢰해 네이밍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단지명을 ‘개포그랑자이’에서 ‘개포프레지던스자이’로 바꿨지만, ‘프레지던스’라는 단어가 생활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처럼 느껴진다며 교체 요구가 잇따르자 재차 이름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

후보명은 △개포 자이 더사우스(The South) △개포자이 노브(NOVE) △개포자이 포엔(4N) △개포자이 디아크(The ARC) △개포 자이 등 5개다. 강남권 부촌 이미지를 담은 ‘개포’와 ‘자이’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뒤에 ‘펫네임’(Pet name)을 붙이는 식이다. 조합은 후보명 중 2개를 추려 기존 이름이었던 ‘개포프레지던스자이’와 함께 조합원 총회에 상정해 투표로 최종 이름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는 강동구 둔촌주공도 단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일반분양을 계획중인 만큼 전문 브랜딩 업체를 섭외해 빠른 시간 내 변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 단지는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라는 단지명으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이 이름을 만들었던 전임 조합 집행부가 불명예 퇴진하면서 단지명을 바꾸자는 여론이 일었다. 이에 ‘디에이치 올림픽파크’와 ‘올림픽파크포레’를 후보로 추렸지만 이 역시 사용이 어렵게 됐다. ‘디에이치 올림픽파크’의 경우 컨소시엄으로 짓는데 특정 건설사 브랜드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부 시공사의 반발이 있었고, ‘올림픽파크포레’의 경우 이미 상표권이 출원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급화 경쟁 속에 단지 이름이 길어지고 뜻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단지명을 새로 정한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12글자나 된다. 경기 안양 인덕원 등 교통호재로 집값이 크게 뛴 지역에서는 행정구역이 다른데도 호재 지역명을 단지 이름에 넣는 등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미가 뚜렷하고 어감이 좋은 단지명이 기억에도 쉽게 남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면서도 “주택의 가치는 단지명 보다는 입지나 단지 규모 등에 더 크게 좌우되는 만큼 우선 순위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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