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시트로엥 사라 2000년의 새 주자
오랜만에 유명한 프랑스의 시트로엥차를 타볼 수 있었다. 시트로엥이라면 틀림없이 생각나는 차가 하나 있다. 그것은 `시트로엥 2CV`라는 것으로 1948년에 파리 오토살롱에 등장한 차다. 이 차는 1939년에 출품할 예정이었으나 독일이 2차대전을 일으켜 이렇게 늦어졌다.
시트로엥 2CV는 시골 농민들이 농작물을 싣고 나르는 값싸고 운전 편한 소형차라는 조건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파리 오토살롱에 나타난 이 차는 양철차 같은 모습에 색도 퇴색한 것 같은 회색에다가 모양새도 오리 같이 생겼고 내부장치는 거의 아무 것도 없었다. 엔진은 수평대향식 2기통 오버헤드 밸브 형식이었다. 최대출력은 단지 9마력, 게다가 최고속도도 시속 60km밖에 나오지 않는 형편없어 보이는 차였다.
그러나 2차대전 뒤의 어려움 속에서 뜻밖에도 모든 계층의 프랑스 사람으로부터 대환영을 받아 40년 이상이나 거의 원형 그대로의 형태로 생산되어 왔다. 일본의 한 화가는 이 차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이 차만을 그려 생업을 유지했고 우리 <자동차생활>도 지난 94년 여름, 창간 1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이 분의 작품전시회를 한국에서 열었다.
나도 2CV를 타본 시승기를 이 잡지에 소개한 적이 있다. 1990년까지 만들어진 2CV는 그 동안 500만 대 생산이라는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값싸고 간편한 소형차 2CV 만들어
처음부터 미국의 대량생산라인 도입
이렇게 시트로엥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차요 또한 재미있는 차를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왔지만, 그 회사의 창업자인 앙드레 시트로엥은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아주 현대적인 발상의 소유자였다.
그는 명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자 바로 몇몇 친구와 함께 공업용 톱니바퀴를 만드는 공장을 설립했다. 그 당시에 쓰이던 전통적인 4각형 이(齒) 모양의 톱니바퀴를 그는 V자형의 이를 자진 치차(齒車)로 개량해 서로 치차가 잘 물려 돌아가게 해 큰 돈을 벌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시트로엥의 마크는 두 개의 V자형인 이가 겹쳐있는 형태를 자랑스럽게 쓰이고 있다.
1907년 그는 29세 때 파리시 남서쪽에 있는 땅을 매입해 사업을 확장했다. 1914년 1차대전이 일어나자 하루에 5만5천 개의 수류탄과 포탄을 생산하는 군수공장으로 전환해 또다시 큰 돈을 거머쥐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프랑스 정부의 신용을 얻게 되어 전국에 있는 군수공장의 전력공급을 관리하는 직업까지 갖기에 이른다. 시트로엥은 이 과정에서 자동차의 필요성을 통감했다. 그리해 그때까지 판매되고 있던 자동차보다 더 호화롭고 힘이 강한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1917년 10대의 시작품을 만들어 시험을 거듭한 뒤 1919년 5월, 드디어 시트로엥 A를 시장에 등장시키게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는 41세.
그러나 그는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아주 현대화된 생각의 소유자였다. 그는 미국의 뷰익, 내시, 스튜드베이커 등의 생산라인이 유럽의 수공업식과는 달리 대량생산에 적합한, 물 흐르듯이 움직이는 조립과정임을 보고 처음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1호차 시트로엥 A는 4기통 1천322cc 10마력 엔진을 얹은 로드스터였다. 이 차는 가벼우면서 다루기가 쉬웠고, 아주 연한 서스펜션(이것이 훗날 시트로엥의 자랑이 되었다)은 대환영을 받아, 그때로서는 이례적인 1만8천291대가 팔렸다. 시트로엥 A는 점차 개량되어 1921년에는 시속 90km를 낼 수 있었고 연비도 11.5km/ℓ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이렇게 첫 번에 자동차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시트로엥은 시작개척에서 홍보까지도 미국식을 채택했다. 파리의 에펠탑에 25만 개의 전구로 `시트로엥`이라는 문자가 떠오르게 해 파리 시민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
세계 최초로 앞바퀴굴림차 선보여
프랑스 국민 시트로엥에 애착 커
시트로엥은 1934년 대량생산으로는 세계 최초인 앞바퀴굴림(FF) 7CV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거의 모두가 뒷바퀴굴림이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또 한 가지 유명한 것이 1955년에 발표된 시트로엥 DS에 쓴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이라는 장치다. 이것은 자동차역사에 길이 남을 발명으로, 금속으로 만든 스프링으로 차체를 받쳐주는 대신 오일과 질소 개스를 쓴 성능 좋은 서스펜션이다.
그러나 시트로엥의 이러한 독창적인 기술은 자동차계의 주류는 될 수 없었다. 시트로엥은 FF인 7CV로 크게 관심을 끌었으나 지나친 사업확장으로 경영난에 빠져 앙드레 시트로엥은 회사를 남에게 넘기고 1935년 실의 속에 별세했다. 2차대전 뒤에도 곡절 끝에 74년에 도산해 푸조 산하로 들어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트로엥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애착심은 대단하다. 그래서 오늘도 시트로엥은 만들어지고 있으며 내일도 만들어질 것이다. 현재 시트로엥은 대체로 다음 5가지 시리즈로 시판되고 있다. 가장 작은 모델부터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삭소(Saxo) : 이 차는 푸조 106과 거의 비슷한 모델로 컴팩트카에 속한다. 이전에 이 부류에 속했던 AX 모델은 1997년에 없어졌다. 삭소에는 2도어와 4도어 모델이 있고 엔진은 1.0∼1.5ℓ(45∼54마력)로 다양하게 얹었으며 MT와 AT도 선택할 수 있다. 외형은 우리 나라의 기아 프라이드 비슷하세 생겼다. 다루기가 편하고, 연비를 걱정하는 사람은 디젤 엔진을 얹을 수도 있다.
베를링고(Berlingo) : 우리 나라의 대우 티코를 닮은 다목적 왜건으로 값이 싸고 실용적이어서 주부들이 많이 쓰는 인기차다. 한국에 수입된다면 티코와 같은 스타일에 값은 3배나 되니 시장성이 없을 것이다. 5종류의 엔진이 얹혀 있고, 작년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갖춘 모델도 나왔다.
사라(Xsara) : 소형차에 속하는 사라는 1997년 데뷔해 베를링고와 함께 가장 최신모델이다. 특징은 외형은 소형이지만 내부공간이 넓어 차 안에 앉으면 마치 중형차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더욱이 이 특징을 살리기 위해 98년에는 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스테이션 왜건까지 만들었다. 엔진은 1.4∼2.0ℓ(75∼163마력) 휘발유와 디젤로 총 7개다. 바로 이 모델을 오늘 시승했으니 상세한 내용은 밑에 적기로 한다.
잔티아(Xantia) : 이 차는 중형모델로 유명한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을 쓰고 있다. 직렬 4기통 1.8ℓ에서 V6 3.0ℓ(90∼190마력)까지 6가지 강력한 엔진을 얹는데, 여유 있는 실내공간을 위해 외형의 멋이 좀 줄어든 감이 없지 않다.
XM : 이 차는 1989년에 발표된 시트로엥의 기함적인 존재다. 길이 4천963mm로 벤츠 S클래스에 10cm만 못 미칠 정도로 크다. 엔진은 4기통 2.0ℓ부터 V6 3.0ℓ(109∼190마력)까지 4가지 중 택할 수 있다. XM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차로 대통령 전용차로서도 이용되고 있다.
시트로엥에는 이 밖에도 에바시옹(Evasion)이라는 차종이 있다. 이것은 승용차가 아니라 이태리 피아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밴이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한다
빠른 가속력으로 스포츠카 기분 느껴
발끝만 닿아도 제동 걸리는 브레이크
실로 오래간만에 시트로엥을 타볼 수 있게 되었다. 등장한 지 2년 남짓 되는 디자인이 아주 신선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속도감 있게 만들어졌고, 과거의 시트로엥 차에서 느껴지던 둔중한 인상과는 딴판인, 보기만 해도 나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차는 푸조 306을 기초로 해 4기통 1.8ℓ 엔진을 싣고 FF 해치백 스타일로 등장했다. 최근에 시트로엥이 앞 그릴 모양을 통일하는 바람에 잔티아와 비슷한 인상을 주지만, 이 차는 잔티아와 달리 불행하게도 유명한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인 `하디드랙티브II 시스템`이 달려 있지 않다.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가 4천165X1천700X1천405mm, 휠베이스 2천540mm로 소형차에 속하고, VW의 골프나 오펠의 아스트라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는 타보고 그 강력한 힘에 놀랬다. 하기야 내가 타본 모델의 엔진은 4기통 1천998cc 135마력으로 이 클래스가 갖는 최대토크 중에서는 가장 거센 18.7kg·m/4천200rpm을 기록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도 엔진은 너무나도 조용해 문을 닫고 귀를 기울여도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음은 물론 엔진이 전하는 진동조차 느낄 수가 없어서 `내가 과연 엔진의 시동을 걸었나?` 하고 다시 확인을 해볼 정도였다. 방음장치도 잘 되어 있다.
넓고 편안한 실내의 기기와 디자인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지만 달릴 때 뒤창을 통해 보는 시야가 좁아 약간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더 달리기 위해 액셀 페달을 밟았다. 반응이 아주 강력하다. 나는 컴팩트카의 버릇을 알고 있기에 처음에 조금 깊게 밟고 출발시켰는데 이 차는 이외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역시 2.0ℓ급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차를 올림픽대로로 끌고 나갔다.
역시 이 차는 보통 컴팩트카보다는 한 차원 높은 차다. 밟으면 밟을수록 속도가 올라가는 템포가 기가 막혔다. 중대형차보다도 빠르다. 자유로에 들어서서 한 번 더 액셀 페달을 힘껏 밟았더니 시속 120, 130, 150, 180km로 나의 급한 성미를 만족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가속력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스포츠카 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프렌치 키스라는 표현이 있다. 상대방의 목구멍까지 파고들게끔 혀를 내밀고 하는 강력한 키스를 말한다. 시트로엥 사라의 가속감은 바로 이러한 프렌치 키스 같았다. 반대로 프렌치 터치라는 말도 있다.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그녀의 피부에 접촉할 때는 가볍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시트로엥 사라의 브레이크가 프렌치 터치가 필요한 여성의 피부와도 같았다. 얼마나 예민한지, 브레이크에 발끝만 닿아도 제동이 걸리니 익숙해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이 사라는 초보운전자는 다루기 힘들 것 같다. 그야말로 프랑스 여성 같은 야성과 섬세함을 모두 갖춘 차니까, 차로 인한 시련을 어지간히 겪은 자만이 이 차의 진가를 마음껏 즐기면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밖의 장치들은 모두 이 정도의 가격대면 갖춰져 있을 것들이지만 강우량에 대응해 움직이는 와이퍼는 고급차에만 달리는 것이다. 반대로 간단한 선루프는 없으니 나는 아직도 프랑스 사람들의 기질을 이해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옥에 티라면 연비가 7.5km/ℓ인 것이라 할까. 하기야 수입차를 모는 사람들에게 연비는 제2의 문제일 것이니 그리 개의치 않아도 되겠다.
크 기 | 길이 ×너비 ×높이 | 4165 ×1700 ×1405mm |
휠베이스 | 2540mm | |
트래드 앞/뒤 | 1420/1430mm | |
무게 | 1260kg | |
승차정원 | 5명 | |
엔 진 | 형식 | 직렬 4기통 DOHC |
굴림방식 | 앞바퀴굴림 4WD | |
보어 ×스트로크 | 86.0 ×86.0mm | |
배기량 | 1998cc | |
압축비 | 10.4:1 | |
최고출력 | 135마력/5500rpm | |
최대토크 | 18.7kg . m/4200rpm | |
연료공급장치 | 전자식 연료분사 | |
연료탱크 크기 | 54ℓ | |
트랜스미션 | 형식 | 자동 4단 |
기어비①/②/③ | 2.5106/1.4249/1.0409 | |
기어비④/⑤/ⓡ | 0.7689/-/3.8240 | |
최총감속비 | 3.823 | |
보디 와 섀시 | 보디형식 | 5도어 해치백 |
스티어링 | 랙 앤드 피니언(파워) | |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트레일링 암 | |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ABS) | |
타이어 앞/뒤 | 모두 195/55R 15 | |
성 능 | 최고시속 | 201km |
0→시속 100km가속 | 7.5초 | |
시가지 주행연비 | - | |
값 | 2천 90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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