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다고 마스크도 안줬다, 秋 법무부의 구치소 5대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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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30. 오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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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동부구치소 5大 실책’]
① 첫 확진 3주 뒤 전수검사 ② 예산 없다며 마스크 안줘
③ 무증상·음성 나온 재소자, 격리조치 없이 한달여간 방치
④ “매뉴얼 맞게 대처, 공개는 못한다”는데… 매뉴얼 있긴 있나
⑤ 7~8월 해외서 교도소 집단감염에 폭동도 났는데… 뭐했나

29일까지 공개된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 확진자는 769명이다. 전체 수용자 2400여 명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잠복기와 밀폐된 구치소 특성상 50%까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날 동부구치소 코로나 환자 중 첫 사망자도 나왔다.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 이후 법무부가 초동 대처에 실패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쇠창살 사이로 "살려주세요"라고 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수용자는 질병관리본부가 특별관리사동 각 방에 확진자를 8명씩 과밀 수용하고 있다며 손 글씨로 고발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① 확진자 나오고 3주 뒤에야 전수검사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7일 직원 한 명이 첫 확진을 받은 뒤 12월 5일부터 14일까지 직원 총 14명이 추가 확진을 받았다. 14일에는 처음으로 수용자 1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법무부는 이 사이 확진자와 접촉한 일부 수용자만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이들을 격리 수용했다. 일반 수용자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첫 확진자 이후 3주 뒤인 지난 18일 1차 전수검사를 했는데 이날만 확진자 185명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초기 방역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전수검사 전 무증상자를 통해 ‘n차 감염’이 확산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14일 전수검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가 ‘향후 추이를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시는 “서울시와 송파구, 동부구치소,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등 4개 기관 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이었음에도 책임을 떠넘긴다”며 반발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장 14일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추가 확진자가 나온 지난 5일부터는 강력 대응에 나섰어야 한다”고 했다.

추미애, 집단감염 사태 열흘만에 동부구치소 찾아 - 추미애(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관련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추 장관의 방문은 수용자 확진자가 대규모로 쏟아지기 시작한 지난 19일 이후 열흘 만이다. 추 장관의 뒤늦은 방문을 두고 법조계에서는“본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던 추 장관이 수형자 중 사망자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현장을 찾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

② 예산 없다고 마스크 미지급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 나오기 전까지는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밀폐된 아파트형 동부구치소의 특성상 공기를 통한 감염 확산에 치명적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밀폐·밀접·밀집 ‘3밀’의 구치소는 모두 마스크를 공급해 씌웠어야 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마스크 장당 가격이 ‘온라인 720원, 오프라인 1387원이어서 전국 교정시설에 보급하려면 하루 5000만~9800만원이 들어 예산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달청을 통해 물량을 대량 구매하면 가격이 훨씬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교도관 등 직원 물량까지 계산에 넣었다.

③ 무증상, 음성 판정 수용자 방치

법무부는 전수검사 전까지 과밀 상태였던 동부구치소에 격리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음성 판정 수용자를 그대로 다인실(多人室)에 방치했다. 법무부는 이 기간 무증상자에 대해서는 코로나 검사를 하지도 않았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초 확진자는 11월 27일 나왔지만 잠복기를 고려하면 그 전에 확진자가 유입됐어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27일부터는 음성 판정 수용자라도 격리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 18일 1차 전수검사 이후 확진자 185명이 쏟아지자 구치소 측이 이들의 방을 옮기는 과정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용자가 외부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는 “기침과 몸살 환자가 방을 옮긴다며 피란민처럼 온통 뒤섞였다” “누가 봐도 코로나 환자들이라 너무 무서웠다” “복도에라도 서 있겠다고 했다” “8명 방에 11명이 시체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같은 내용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④ 매뉴얼도 비공개

법무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중대본 방역 매뉴얼에 따라 상황에 맞게 대처했다”면서도 “매뉴얼 공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용자 관리 상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동부구치소 한 수용자는 창살 밖으로 “편지 외부 발송 금지”라는 메모를 노출했다. 법무부는 “편지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 일시 금지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방역 실패를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⑤ 해외 사례에도 무방비

해외에서는 이미 교정 시설 집단감염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7~8월 미국 아칸소 교도소에서 9700명, 캔자스 교도소에서 확진자 5100명이 쏟아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죄수들의 폭동 사건도 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가 ‘K방역’ 홍보에만 열을 올리다 언제든 집단감염 사태가 터질 수 있는 교정 시설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이민석 기자 seok@chosun.com] [권순완 기자 soon@chosun.com] [뉴욕=정시행 특파원 poly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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