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수권 소멸 상위 20명 체납액만 1조…송언석 "대응 강구해야"
(세종=뉴스1) 서미선 기자 = 세금을 징수할 법의 효력이 끝나, 즉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사유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에서 사라진 체납액이 최근 5년간 29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체납액의 90.6%를 차지한다.
소멸시효가 다 됐다는 이유로 고액체납자들로부터 받아낼 수 없게 된 체납액이 최대 29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5년간 소멸시효 완성으로 공개명단에서 삭제된 고액상습체납자는 2만9505명, 체납액은 총 28조83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체납자와 체납액 중 각각 90.6% 수준이다.
특히 2021년 한 해에만 1만3913명, 체납액 규모로는 13조5522억원이 소멸시효가 다 돼 명단에서 사라졌다. 이는 지난해 전체 체납자의 96.6%, 체납액의 96.9%를 차지한다.
소멸시효 중단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국세기본법상 체납액 5억원 미만은 5년, 5억원 이상은 10년이 지나면 징수권이 소멸된다. 낼 돈이 없다며 5~10년만 버티기에 성공하면 명단에서 빠지고 밀린 세금도 안 내도 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공개명단에서 삭제된 28조8308억원이 전부 '못 걷을 돈'으로 증발한 것은 아니다. 고액상습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되는 기준은 체납 1년이 지난 국세 합계액이 '2억원' 이상인 경우여서다.
예컨대 A씨의 체납액이 1억9900만원, 100만원 2건인데 이 중 100만원만 소멸시효가 다 되면 합계액이 2억원 미만이 돼 명단공개 대상에선 제외되지만 나머지에 대한 징수는 계속된다.
국세청은 이처럼 일부만 소멸시효가 완성돼 공개명단에서 빠진 체납액 규모를 별도 관리하진 않고 있다. 다만 지난 5년간 소멸시효가 다 돼 공개명단에서 삭제되고, 징수권도 소멸된 고액상습체납자 상위 20명의 체납액을 추렸을 때 985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28조여원 중 상당부분은 못 걷고 증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소멸시효가 지나 못 걷게 된 세금이 2020년 4조원대에서 지난해 13조원 중반대로 3배 넘게 뛰었는데도 징수율은 5%안팎으로 저조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액상습체납자 징수율은 2019년 3.96%, 2020년 4.78%, 2021년 5.90%로 최근 3년 평균 4.88%에 그쳤다.
송언석 의원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국세청은 제도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