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혼외 성관계와 혼전 동거 등을 금지하는 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현지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조항이 외국인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탓에 주요 관광지인 발리 관광객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회는 전날 만장일치로 이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기존 형법을 고치겠다는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새 법안이 보수적인 이슬람법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성관계를 하다 적발되면 최대 1년형을 받을 수 있고, 법적 혼인 없이 동거하면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간 기혼자가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하다 걸리면 간통으로 처벌해왔는데, 이를 미혼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이외에 대통령과 국가기관을 모욕하면 처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가짜뉴스나 국가이념에 반하는 의견을 퍼뜨리거나 사전 통보 없이 시위를 하는 것도 형사 처벌 대상이다. 무교주의, 무신앙을 권고해서 안 되고 종교적 신성모독죄도 강화했다.
이 법안은 외국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따라서 관광업계의 반발이 큰데, 코로나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관광업이 점차 회복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 김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관광 의욕을 크게 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웃나라 호주에서도 ‘혼전 성관계 처벌’ 조항을 주목하고 있다. 연 100만명의 호주 관광객들이 서핑과 파티 문화를 즐기기 위해 인도네시아 최대 휴양지 발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언론은 이 개정안에 ‘발리 성관계 금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현지 당국은 이런 우려에 대해 경찰이 호텔을 급습할 일은 없으며, 혼외 성관계 금지 조항은 친고죄여서 부모 등 직계 가족이 고발하지 않는 한 처벌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국 관광객이 현지인과 성관계를 가진 뒤 현지인 가족이 신고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다만 형법 개정안은 구체적인 시행 규정을 만들어야 해서 현지 당국은 최대 3년 후에나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