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텔 CPU공장’ 생산차질땐 삼성-SK 수출감소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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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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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남부, 중동전쟁 핵심 지역
팹28, PC-서버 공급망 문제 생길땐
D램 공급 삼성-SK도 타격 불가피
엔비디아는 AI콘퍼런스 전격 취소
‘새로운 반도체 강자’로 떠오르던 이스라엘이 전쟁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도 공급망 위기가 다시 악화할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텔의 4대 생산기지 중 한 곳일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이스라엘발 D램 수요 위축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부 키랴트가트에 위치한 인텔의 대규모 중앙처리장치(CPU) 공장 ‘팹28’은 8일(현지 시간) 하마스로부터 대규모 로켓 공격을 받은 해안도시 아슈켈론으로부터 약 25km 떨어져 있다. 더구나 인텔과 가까운 남부지역 곳곳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키랴트가트에는 팹28 외에 인텔이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를 투자한 차세대 공정 생산 라인 ‘팹38’도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인텔이 직접적인 공격 타깃이 되진 않더라도 인근 지역에서의 확전은 생산 차질이나 건설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임직원 출퇴근에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인텔은 PC와 서버에 들어가는 CPU를 생산해 공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글로벌 CPU 시장 1위다.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은 63.0%나 된다. 현재 이스라엘 팹에서 생산하는 PC 및 노트북용 CPU 제품들은 최신 D램 제품인 ‘DDR4’와 ‘DDR5’를 지원한다. 이 제품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 최신 PC와 서버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한다. PC나 서버에 D램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두 기업의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수요 회복 시점이 왔을 때 인텔의 핵심 생산기지인 이스라엘 팹의 안정성은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인텔 외에도 엔비디아, 퀄컴, 삼성전자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지사나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요크님일리트,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에 지사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9일(현지 시간) 텔아비브에서 15, 16일 이틀간 대규모로 개최할 예정이던 AI 콘퍼런스를 전격 취소했다. 해당 행사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엔비디아는 홈페이지에 “현재 이스라엘 상황으로 ‘AI 서밋’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알리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중 갈등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AI 반도체 기업을 대거 육성해 왔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6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텔이 키랴트가트에 외국인 투자 규모 중 최대인 약 250억 달러 규모로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이스라엘 AI 반도체 스타트업 뉴리얼리티 투자에 잇따라 참여하는 등 현지 투자 기회를 모색해 왔다. 삼성전자 산하의 해외 벤처투자사인 삼성넥스트 이스라엘의 경우 현지에서만 총 66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퀄컴 또한 올해 5월 현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오토톡스’를 인수하는 등 투자 대상을 물색해 왔다.

하지만 이번 분쟁으로 이스라엘의 반도체 산업 전략에는 상당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위험 가능성이 실제 눈으로 확인된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 결정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스라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유럽 등의 자국 투자 우선주의가 더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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