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단지 신축도 ‘곤두박질’
물량 과잉·GTX-B 지연 여파
하락거래속 패닉셀 우려 커져
아파트 매물 전년대비 25%↑
입주단지 7000만원 ‘마피’도
‘인천의 강남’이라고 불릴 만큼 고가 주택이 즐비한 인천 송도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넘치는 입주 물량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착공 지연 여파 등으로 하락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수도권 중 유독 내림세가 가파른 인천 지역에서도 낙폭이 두드러지자 올해 들어서는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서조차 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의 거래들이 속출하고 있다.
24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31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인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2020년 입주) 전용면적 84㎡가 지난 14일 5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2022년 2월 최고가 12억4500만 원 대비 6억7500만 원(54%) 떨어졌다. 최근 한 달간 해당 단지에서만 전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매매 거래가 3건이나 체결됐다. 송도더샵퍼스트월드 전용 84㎡는 지난 12일 7억 원에 매매됐다. 최고가 11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하락했다.
주요 단지마다 하락 거래가 이어지면서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쏟아내는 이른바 ‘패닉 셀’(공포 매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송도동의 아파트 매물은 6478개로 1년 전(5148개) 대비 25.84%나 늘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단지에선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송도자이더스타’에는 5000만∼7000만 원가량 마피가 붙었다. 오는 7월 입주 예정인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4차’ 분양권 매물에도 7000만 원대 마피가 붙었다. 한때 고분양가 논란으로 저조한 청약 성적을 기록했던 단지다.
지난해 9월 대출 문턱이 높아진 이래로 수도권 중에서도 인천의 내림세가 가파르다. 특히 송도가 속한 연수구는 공급과잉 탓에 신축 아파트조차도 가격이 유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수구에는 지난해 5231가구에 이어 올해도 3774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오는 3월 인천(2237가구)은 송도에서만 3개 단지가 입주를 시작한다.
대형 호재로 여겨지는 GTX-B노선 착공이 늦어지며 실망 매물이 늘어난 점도 매물 가격의 낙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GTX-B노선은 2030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민자 자금 조달,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당장 실착공을 시작한다고 해도 무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송도가 부촌 이미지인 것은 맞지만, 서울 접근성이 훨씬 좋은 청라·검단 등 인근 신도시로 실수요를 뺏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송도는 일자리와 자족 기능을 갖춰가는 지역이기 때문에 GTX-B노선이 개통되면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