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신청사를 품으며 대구의 새로운 중심이 될 달서구병 선거구가 4·10 총선에서 대구경북(TK)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역의 김용판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재선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 예비후보가 지난 연말부터 '신청사 대전'을 벌이며 선거전이 조기 과열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여기에 달서구병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출마 채비에 나섰고, 야권에선 진보당의 최영오 예비후보가 유일하게 '정권 심판론'을 꺼내 들며 참전한 상태다. (기사·사진 가나다순)
◆ 신청사 조기 완공 적임자 자처
권영진 예비후보는 "대구의 동서균형발전을 이루는 일은 대구시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의 국책사업과 예산을 끌어들이고,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여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저는 신청사 조기 완공 등의 약속 실현을 위해 국회의원의 임기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시작할 것이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으로)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이 식어가고 있다. 저를 뽑아주시면 보수 통합과 보수 혁신의 정치로 보수의 심장을 다시 콸콸 뛰게 만들겠다"며 "저는 재선 시장과 국회의원 경험을 모두 갖춘 다선의 정치 역량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반면 김용판 의원은 "지난 4년여간 해왔던 것처럼 달서구 주민과 함께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 약 4년 가까이 추진해왔던 일들이 현재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좋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저 김용판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우리 지역구에 새로운 사람이 와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힘든 구조다. 달서구의 모든 현안은 대구시와 얽혀있다"며 "중앙뿐만 아니라, 대구시와 접점을 이룰 수 있는 사람, 신청사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예비후보 중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지난 2017년 불법적 탄핵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보수정당에서 유일하게 탈당해 문재인 좌파 정권 퇴진 투쟁을 했다"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정치를 하겠다. 용기 있게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국민만을 바라보는 희생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은 건너뛰고 오는 3월 21일 곧바로 공식 입후보에 나설 예정이다.
진보당의 최영오 예비후보는 "곳곳에서 국민들의 '못살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윤석열 정권 퇴진' 요구도 분출되고 있다"며 "대구에서도 이러한 민심이 존재하는 것을 알리고 진보당이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멈추는데 앞장서겠다는 결심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선 현재까지 출마의 뜻이 있는 인사가 없는 상태다.
◆ 공방 불가피한 주자별 강약점
서울 노원구을에서 초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 재선 대구시장까지 역임한 권영진 예비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즉시 전력감'이다. 제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곧장 재선에 오르지만, 나이는 만 61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제18대 국회의원 시절 한나라당 개혁을 위한 초선 모임인 '민본21'에 참여하는 등 최근 국민의힘 최대 화두로 떠오른 혁신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추후 당내에서 중진의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선언이 나올 경우 사실상 중진 체급인 권 시장도 결단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구시장 시절 추진한 신청사 건립 사업 외에는 달서구병과 큰 연고가 없는 점도 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앞서 고향인 안동이 포함된 안동예천 선거구 출마설에 휩싸인 전력은 선거전 과열 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권 예비후보는 안동예천 출마설에 대해 "30대 때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도 고향에 출마해 달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았지만 나는 고향은 고향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때도 고향에서 정치를 안 했는데, 대구시장을 8년 동안 지낸 사람이 안동에 출마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다만 고향에 계신 분들이 요청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용판 의원은 자칫 표류할 뻔한 신청사 건립 문제를 홍준표 대구시장과 전격 합의를 통해 원안대로 추진하는데 성공하는 등 대구시와의 '밀착 공조'가 가능한 게 최대 강점이다. 국회에선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TK신공항 특별법의 전제조건이었던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법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다. 또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한 소위 나경원 연판장에 TK 초선 중 유일하게 서명하지 않는 등 정치적 소신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2021년 대선 경선에서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자격에 의문을 제기한 후 홍준표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력 탓에 당내 대표적인 비윤계 의원으로 꼽히는 점은 공천 경쟁에서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역 정치권에서 김 의원을 두고 "스킨십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점도 아쉽다는 평가다. 또 올해 만 66세로 선수에 비해 나이가 다소 많다는 얘기도 회자된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저는 과거 윤석열 수사팀으로부터 2년간 억울하게 재판을 받아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우리 당 최종 후보가 됐을 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한다. 이에 윤 후보가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며 "또 지역에서 나름대로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다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원진 대표는 높은 인지도가 강점이지만, 오랜 정당 활동으로 지역 내 정치적 피로도가 높다는 지적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 41세 최연소인 최영오 예비후보는 노조 활동을 바탕으로 3040세대 및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이번 총선이 첫 출마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 양자 대결이냐 전원 컷오프냐
당초 달서구병은 당내 비주류인 현역 김용판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권영진 예비후보의 전격적인 참전 이후로 상황이 묘하게 바뀌는 모습이다. 두 사람이 신청사 완공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이른바 신청사 대전을 일찌감치 벌이면서 여당 공천 경쟁이 양자 구도로 급격히 굳어진 것이다. 선거전이 조기에 과열된 게 다른 주자들의 참전을 가로 막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양자 경선이 치러질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는 김 의원과 재선 대구시장 출신의 인지도를 갖춘 권 예비후보가 각축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다. 신청사 조기 완공, 두류관광특구 지정, 두류공원로 지하화 등 대표 공약도 겹치는 게 많아 인물 경쟁력에 따라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 있다. 지상전이 치열한 만큼, 중앙 정치권과의 네트워크 등 고공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게 공천 승리의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컷오프 되고, 미지의 제3 후보가 전략 공천될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내놓는다. 김 의원은 비윤계라는 한계, 권 예비후보는 중진 희생론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본선에서는 조원진 대표의 영향력이 관심사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조 대표는 우리공화당 소속으로 15%를 득표한 바 있다.
당시 김대진 후보를 내세워 27.6%를 득표한 민주당은 현재 '출마자 구인난'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제18·20대 총선에서 달서구병에 후보를 내지 못한 전력이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야당이다 보니 출마자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식 입후보일 전까지 후보를 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제3야당인 진보당 소속의 최영오 예비후보는 대구에서도 보수세가 짙다고 평가 받는 달서구병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이 후보를 세우기 전까지 진보진영 유일한 주자로서 야권 표심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