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전 대표는 구속, 현 대표 영장은 기각, 대체 무슨 기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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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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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스1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안이 중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했다. 송 전 대표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한 점 등을 감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 판사는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던 사람이다. 이 대표 혐의 중엔 다른 사람에게 거짓 증언을 시켰다는 ‘위증 교사’도 있었다. 유 판사는 이 ‘위증 교사’를 인정하면서도 증거가 확보돼 추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위증 교사는 대표적인 증거 인멸이다. 그런 사람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앞뒤가 안 맞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발부 기준이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선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만들고 전달한 사람들이 이미 구속됐고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 그 정점에 있는 송 전 대표 영장 발부는 당연한 결과다. 이 대표 관련 사건도 구속된 사람만 21명이다. 21명 거의 대부분이 이 대표를 위해, 혹은 이 대표 때문에 한 일로 구속됐다. 백현동 비리는 결재권자가 이 대표였고, 불법 대북 송금도 이 대표를 위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유 판사는 이 대표 개입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 영장만 기각했다. 크게 보아 같은 일로 21명이 구속됐는데 정작 그 일의 핵심인 사람만 구속되지 않은 것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유 판사는 이 대표 영장을 기각하면서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증거 인멸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이 대표 측근 의원이 개입한 뒤 그 진술을 번복했다. 이는 증거 인멸 행위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대표직과 의원직도 방탄에 이용했다. 그런데 어떻게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있나. 결국 정치적인 부담의 차이 때문에 전직 대표는 구속하고, 현직 대표 영장은 기각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이면 판사가 법리가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전직 대표는 구속되고 현직 대표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이런 초유의 사태에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동안 돈 봉투와 관련한 통화 녹음이 다 확보됐는데도 관련자들은 “조작” “탄압”이라며 오히려 공세를 펴왔고 송 전 대표도 “영장을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자신과 관련한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며 단식까지 했다. 민주당은 잘못이 드러나면 거짓 주장을 하고 검찰에 역공을 퍼붓는 게 일상이 됐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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