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직원이 가게 인스타그램 삭제했어요"…사장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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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29. 오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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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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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고 당하고 퇴사를 앞둔 직원이 가게 인스타그램과 포털 정보를 삭제했다면 매출 감소분과 무형의 영업 자산 삭제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퇴사를 앞둔 직원에 대해선 회사 내부 자산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빠르게 회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지난 1월 제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가 전 직원 A씨를 상대로 청구한 금전 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2020년 9월부터 제주 서귀포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오던 B 사장은 메뉴 개발과 조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 A씨를 채용했다. 사장은 이듬해 8월 음식점 확정 이전을 위해 영업을 임시 중단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중식당으로 A를 근무시켰다.

하지만 일터를 옮긴 직후 A의 근무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던 사장은 이를 지적하며 A에 "일반 직원으로 직급을 강등하고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A가 "차라리 해고하라"고 항의하자 사장은 이를 받아들여 퇴사 처리했다.

분노한 A는 사장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A는 퇴사 예정일을 3일 앞둔 8월 24일 음식점 홍보용 인스타그램의 계정명을 변경하고, 홍보 목적으로 게시된 사진 등을 삭제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올려져 있던 관련 정보도 삭제했다.

결국 A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죄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됐다. 여기에 사장이 A에 2900여만원의 민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 것.

B사장은 "음식점 확장 이전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며 "A의 행동이 있기 전 월평균 매출액 705만원을 기준으로, A의 불법행위일로부터 확장 이전 이후 영업 재개시까지 걸린 3개월 치 영업이익 상실분과 위자료 500만원 등 2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법원은 "포털사이트나 인스타그램은 고객이 음식점 등 사업장의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예약이나 사업자와의 소통의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사업장에 접근성을 높이고, 즐겨찾기나 팔로우, 리뷰 등 기능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뿐 아니라 기존 고객 유지하는데도 활용도가 매우 높다"며 "여기에 게재된 정보는 그 자체로 사업자의 무형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A 측이 포털사이트 서비스 센터를 통해 기존 정보를 복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사진 등 게시물까지 복구되는 것은 아니다"며 "A의 행위로 음식점이 포털사이트에서 조회되지 않아 고객들이 음식점이 폐업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든 점을 고려하면 A의 행위는 음식점 업무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배상액은 일부분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음식점이 확정 이전 직후 한 달간 매출이 461만으로 나타난 점을 감안해 영업 감소액 200만원, 음식점 개점 이후 계정 폐쇄때까지 인스타그램에서 축적된 영업 자산 손실액 300만원 등 5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단했다. B사장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청구한 위자료 500만원과 '신용훼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규모가 크지 않은 가게 등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으로 직접 예약을 받고 문의 상담을 실시하는 경우도 늘면서 영업에서 SNS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는 행동은 업무 방해죄로 처벌을 할 수는 있다"며 "다만 단골 고객이나 거래처로부터 이유 없이 차단을 당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고, 유통망이나 거래처에서 배제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 등 인사조치가 확정된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 시스템 접근 권한을 막는 등 빠른 조치를 실시해야 영업 자산 반출이나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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