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ㆍ 유일의 완역본으로 만나는
『보리도등론』에 대한 저자 자신의 주석서, 『보리도등론난처석』
티베트불교만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수행법인 보리도차제(菩提道次第, 람림)를 꼽을 수 있다. 수행자의 최종 목표인 열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낮은 단계에서부터 높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의 수행을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행자는 자신의 현재 위치에 맞는 수행을 통해 점차 높은 단계로 나아가, 궁극적으로 열반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에 티베트불교에서는 보리도차제를 최고의 가르침으로 꼽는다.
현재 보리도차제 체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쫑카빠를 꼽지만 쫑카빠 이전에 아띠샤(982~1054)가 있었다. 인도에서 초청된 승려 아띠샤는 후기 티베트불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 티베트에서는 ‘대은인(大恩人)’이라는 뜻을 가진 존칭, ‘조오제(Jo bo rje)’로 불린다. 티베트 랑다르마(799~842) 왕의 불교 탄압 이후 쇠퇴하고 있던 티베트불교의 부흥을 위해 티베트로 온 아띠쌰는 13년간 티베트에 머물면서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은 물론이고, 올바른 수행의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68구의 게송으로 된 『보리도등론』이었다.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은 물론이고, 현교와 밀교 양측의 견해와 가르침을 모두 녹여내어 서로를 무시하거나 배격함 없이, 그 둘을 함께 닦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티베트불교는 ‘현밀쌍수’의 불교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보리도등론』에 담긴 심오함에 비해 글이 너무 간략하기 때문에 그 뜻을 충분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리도등론』에 대한 대표적인 주석서만 꼽아보아도 15종에 이르는 까닭이다. 하지만 수많은 주석서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주석서이자 최고의 주석서는 바로 아띠쌰 본인이 남긴 주석서 『보리도등론난처석』이다.
『티베트어 원전 완역 보리도등론난처석』은 티베트불교 최고의 수행서인 『보리도등론』에 대한 주석서 『보리도등론난처석』을 완역하여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자 유일한 책이다. 『보리도등론』을 처음으로 완역하고, 상세한 해설을 달아 소개한 중암 스님의 번역으로 처음 선보이는 이 책은, 『보리도등론』과 여러 주석서를 바탕으로 다양한 판본을 비교하여 오류를 바로잡고, 원전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어와 용어에 대해 상세한 각주를 달았다. 뿐만 아니라 책의 절반 가량을 할애한 부록을 통해 티베트불교의 용어와 인물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달아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풍부하게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보리도등론』에 숨어 있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낯설 수도 있는 티베트불교의 수행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번역과 충실한 주석으로 이해하는
깨달음의 길을 밝히는 햇살 같은 주석서
『보리도등론』과 『보리도등론난처석』의 저자 아띠쌰는 인도 비끄라마씰라 사원의 장로로 있던 고승으로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에 정통했으며, 현교와 밀교 양측의 가르침을 모두 깊이 알고 있는 뛰어난 스님이었다. 티베트의 법왕 장춥외는 온갖 사견(邪見)과 비행 등의 심각한 문제로 인해 쇠퇴의 길에 들어서 있던 티베트불교를 정화하기 위해 아띠쌰를 초청하여 바른 법의 등불을 밝혀 달라고 청하였다. 그 간청에 대한 답이 바로 『보리도등론』이었다. 아띠쌰는 이 논서에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은 물론이고, 현교와 밀교 양측의 견해와 가르침을 모두 녹여내어 서로를 무시하거나 배격함 없이, 그 둘을 함께 닦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68구의 게송이라는 짧은 분량 때문에 그 심오한 의미를 모두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고,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여 오해와 의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법왕 장춥외는 아띠쌰에게 『보리도등론』의 내용 중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질문하였고, 그에 대해 아띠쌰가 내놓은 것이 다양한 경전과 논서를 바탕으로 불분명한 부분을 명확히 밝혀 바로 『보리도등론난처석』이었다. 물론 『보리도등론』에 대한 주석서가 『보리도등론난처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티베트불교 수행과 교리 양쪽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논서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아도 15종에 다다른다. 하지만 저자 자신이 남긴 주석서라는 점에서 『보리도등론』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자 했는지, 본래의 의도를 가장 잘 밝힐 수 있는 주석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티베트에서 저술된 다른 주석서들과는 달리, 인도 출신인 아띠쌰의 주석서에는 인도 정통불교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주석서이기도 하다. 『보리도등론』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반드시 『보리도등론난처석』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끊임없는 수행과 깊은 이해로 빚어낸
『보리도등론난처석』에 대한 가장 완벽한 번역서
티베트어로 된 『보리도등론난처석』의 정확한 번역과 오탈자 대조, 거기에 상세한 각주를 달기 위해서는 평범한 수준 이상의 자료와 어학 실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문, 산스크리트어, 빠알리어 등 다른 불전 언어와 달리 티베트어에 능통한 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의 역자 중암 스님은 티베트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30여 년간 인도와 네팔에 머물며 수행에 매진한 분으로, 현재도 네팔의 양라쉬에서 티베트불교 수행과 티베트어 경론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불교 수행법에도 조예가 깊어 이미 『보리도등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역해서를 출간한 바 있다. 이런 이력에 비추어볼 때 『보리도등론난처석』을 번역할 인물은 중암 스님 외에 없었을 것이다.
역자의 수행에서 비롯된 경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체험, 그리고 성인에 대한 존경심이 녹아 있는 이 책은,『보리도등론난처석』에 관한 ‘가장 충실한 번역서’라고 손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