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후 펑펑 울었다" 교민들 귀국시킨후 홀로 남은 우한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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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2. 오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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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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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 우한에서 한국 교민을 수송하기 위한 전세기 KE 9883편 보잉 747 여객기가 30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701여명 교민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던 데는 우한 총영사관 직원과 한인회의 노력이 있었다.

우한 교민 701여명을 전세기에 태워 보낸 교민 보호 담당 영사는 이번 철수 과정에 협조해 준 이들에게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

현지에서 교민 철수 업무 실무를 책임진 정다운 영사(38)는 최근 교민들과의 SNS 단체 대화방에 “다들 너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 영사는 한국에서 경찰관으로 일하다가 3년 전 우한 총영사관으로 나와 교민 보호 담당 영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총영사관의 동료 영사들과 현지인 직원, 교민 등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마지막 전세기 333명 무사 탑승 후 본부에 이륙 전문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면서 교민 철수 업무에 협조해 준 교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저는 여기 남은 고립된 다른 분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면서 남은 교민들에게 “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나눠드려야 하는데 조금만 버텨 달라”고 당부했다.

정 영사는 부인과 두 자녀를 이번 전세기에 태워 국내로 들여 보냈다. 혼자 우한에 남은 정 영사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9살, 7살 천둥벌거숭이 둘 데리고 혼자 비행기 타는데 (아내에게) 잘 가라는 배웅인사도 못했다”며 “2인 1실 좁은 격리실에 애 둘과 같이 힘들어 하고 있을 아내 생각이 갑자기 나서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교민 담당 정다운 영사(오른쪽)가 2차 전세기가 이륙한 지난 1일 교민들과의 SNS단체 대화방에 올린 인사말. [우한 교민=연합뉴스]
우한 한인 사회에 따르면 우한 교민 총 701여명이 전세기에 타기까지 총영사관 직원들과 잔류 교민들이 큰 힘을 보탰다. 이들은 교민을 한 명이라도 더 비행기에 태우려고 며칠 간 잠도 줄여가며 교민들을 도왔다고 한다.

우선 후베이성 외곽 지역에 사는 교민들을 안전하게 우한 텐허 공항까지 오게해야했다. 후베이성 전체가 봉쇄된 탓에 우한 외곽 도시에서 우한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후베이성 외곽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전세기 탑승을 신청하고 어렵게 차를 구했지만 주요 길목마다 설치된 공안의 검문소에서 막히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우한 외곽 지역 주민들이 우한 사람들의 진입을 막는다며 ‘자경단’을 조직하고 지역 도로 곳곳에 각종 장애물을 설치했다고 한다.

교민들은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막힌 길과 우회로를 신속히 공유했다. 한인회가 교민들의 신고를 취합·정리해 우한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다.

우한 총영사관의 요청을 받은 후베이성 정부는 전세기에 탑승하는 한국 교민들에게 통행증을 내주었다.

하지만 각 지방 검문소까지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총 영사관은 각 검문소에 일일이 사정을 설명해 길을 열어달라고 부탁해야했다. 이런 방식으로 최소 20여곳의 길목을 뚫었고, 전세기 탑승자 70여명이 험난한 과정을 거쳐 우한 텐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한에 남기로 한 교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도왔다.

전세기 탑승을 위해 급하게 나와 거처가 없는 교민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개인 차량을 이용해 교민들을 텐허 공항까지 실어날랐다.

현재 우한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차량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허락된 차량이 없으면 짐을 들고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야 떠서 오면 되지만 막힌 땅길 여는 것이 어려웠다”며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했다. 특히 교민 철수 업무 실무를 책임진 정 영사가 남다른 책임감으로 맡은 소임을 다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 영사가 업무를 열심히 하는 걸 보면서 이 사람은 진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마음 깊은 곳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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