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도 이준석도 싫다… 산산조각난 20대 표심

입력
기사원문
권아현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photo 연합·뉴시스


총선판을 흔들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첫 번째 민생 공약으로 꺼내든 건 '토익(어학시험) 유효기간 확대'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조국 돌풍'이 아직 와닿지 않는 청년의 표심을 포섭하겠단 의지로 읽힌다. 최근 조국혁신당의 정당지지율은 20%를 상회하며 가히 폭발적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 지지율을 넘어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지세가 4050 연령층에 제한되며, 20대는 오히려 조국혁신당에 반감을 가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25일 발표된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2%(서울 동작을, 중성동갑), 5%(서울 종로, 경기 남양주병)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렇다고 해서 청년들의 마음이 거대양당이나 제3정당인 이준석 개혁신당 등을 뚜렷이 향하고 있지도 않다.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시점인 지난 3월 27일 현재 어느 정당에도 마음을 두지 못한 20대 이하(18~29세) 무당층이 한 달 새 두 배(1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마음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청년들에게 '조국 돌풍'을 물으며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조국혁신당은 그 어떤 정당보다도 강력하고 단순한 '대결의 언어'를 가졌다. 검찰개혁과 정권심판을 선명한 기치로 내걸며 윤석열 정권을 '지금' 심판하고 싶은 많은 유권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서 '조국'을 택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 대결의 언어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청년 정치인 에이전시인 뉴웨이즈의 박혜민(29) 대표는 "청년들은 '어떻게 내 일상을 더 나아지게 해줄까'를 기준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데, 지금 그런 정당이 없다. 조국혁신당 또한 적대 정치에 가까우니 지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원생 정모(20대)씨는 "조국혁신당에서 선민의식, 계몽의식이 읽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직장인 조모(27)씨는 조국혁신당에 대해 "딱히 인상적인 공약도 본 적 없고, 있어봤자 민주당 재탕 정책 같다"고 평가했다.

무당층에게 와닿지 않는 '정권심판론'

20대의 절반은 '스윙보터', 무당층이다. 실제로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한 청년들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요즘 정치기사를 아예 안 본다" "솔직히 정치 무관심이 극에 달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진영논리보다도 실질적 변화를 좇는 청년층의 특징을 조국혁신당에 현혹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박혜민 대표는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는 나를 대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고 정치 효능감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삶과 관련된 어젠다여야만 겨우 움직이는 편"이라며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척하지 말고 진짜 중요한 문제를 제대로, 원인부터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세대의 특징을 '현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개인주의'로 일축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진짜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4050과는 다르다. 이동수(35) 정치평론가·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4050만의 정서가 조국혁신당 지지를 소구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의 40·50대가 2030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했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로 서거하시면서 이들 사이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부채의식이 굉장히 크게 남아 있다. 그에 반해 20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이 사실상 없고, 검찰에 대한 적대의식도 적을 것이다." 박혜민 대표는 "조국이 강조하는 검찰개혁도 사실상 심판론 성격이 강하다. '싸우지 말고 일이나 해', 정확히는 '싸울 주제로 싸워'가 청년들의 심정일 것이다"라고 봤다.

'조민 아빠' VS '사회운동가'

"20대가 본 조국과 4050이 기억하는 조국은 다르다. 우리에겐 입시 비리, '조민 아빠'의 모습이 가장 크다. 4050이 본 조국의 모습에는 시민사회 활동가, 법학도도 있을 것이다."(20대 직장인 권모씨) 조국혁신당의 성장 배경에는 '조국사태'를 안타깝게 여기는 4050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있다. 이들은 조국 대표가 여타 정치인에 비해 과하게 수사받았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권씨의 말처럼, 20대가 조국혁신당에 반감을 갖는 이유도 이 '조국사태'의 공정 담론에 있다. "역겨워서 지지하지 않는다"며 격한 반응을 보인 직장인 이모(32)씨는 "20·30대는 조국사태 피해의 당사자다. 조국은 내 또래의 공정성을 해쳤고 이에 대한 집단적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것 같다. 반대로 40·50대는 자식 가진 부모의 심정으로 조국을 이해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1990년대생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분석한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29)씨는 이 같은 현상을 '세대효과'로 설명했다. "세대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결정적 사건이 정치적 자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노년층이 계속해서 부정선거론에 빠지듯이, 청년층은 조국사태 이후 시간이 흘렀음에도 감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조국 대표는 현재 자녀 입시 비리 혐의,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 중이다. 조국혁신당이 최소 10석은 확보한다는 전망이 나오며 비례대표로 출마한 조국 대표가 당선 안정권에 오르자, 청년들 사이에서는 '방탄용 배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직장인 안모(25)씨는 "나라가 미쳐돌아가는 것 같다. 구속 안 되려는 몸부림인데 저걸 국민들이 받아주고 있다"고 한탄했다. 직장인 김모(25)씨는 "무엇보다도 사법리스크가 있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열풍일 거라는 예상 자체를 못했다"고 말했다.

조국 신당이 싫다면, 제3지대의 20대 표는 응당 이준석 신당으로 쏠려야 할 테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표 시절 이대남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이준석 신드롬'은 이제 옛말이 됐다.

"구태정치 반복하는 이준석도 싫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10명의 청년은 모두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한때 청년 정치의 아이콘이었던 이준석도 '이제는 싫다'는 이유에 대해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동수 평론가는 "청년들이 이준석을 지지했던 이유는 그가 구태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미래와의 합당 과정 등에서 독선적 행보를 보이고, 류호정 등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인물이나 당까지도 당리당략적으로 영입하는 모습에서 전형적인 구태정치를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박혜민 대표 또한 "개혁신당도 결국 '뭘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세요'라는 청년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대의 표심이 파편화된 채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20대의 표심이 더이상 단기적 이익을 근거로 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평론가는 "청년의 지지에는 각각 이유가 다르다. 윤석열 정부의 최근 채상병 사건 대응에 실망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도 있고, 이재명은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라는 생각에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도 있다. 20대의 관심을 하나로 끌어당길 만한 실체적 이슈가 없다 보니까 각자의 생각들로 분화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수 평론가는 "이제는 청년들이 뭔가를 퍼준다고 해서 특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2021년도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가 청년 기본소득으로 연 20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했었는데, 수혜집단인 2030세대에서 찬성보다 반대가 2배 더 높았다.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역량이나 책임감을 강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