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치료제 ‘CAR-T’ 좇는 빅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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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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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주자 ‘큐로셀’ ‘앱클론’


2010년 미국 소녀 에밀리 화이트헤드는 소아암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독한 항암제 투여에도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희망은 옅어져갔고 의료진도 치료를 포기했다.

하지만 가족과 일부 의료진은 에밀리를 놓지 않고 최후의 선택을 한다. 당시만 해도 의문 부호 투성이었던 ‘CAR-T 치료제’를 쓰기로 한 것. 에밀리는 CAR-T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한 첫 환자가 됐다. CAR-T 치료제 주입 후 에밀리는 고열에 시달리며 사경을 헤맸지만, 결국 이겨냈다. 에밀리는 5년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CAR-T 치료제는 이후 ‘기적의 치료제’로 불렸다. 수많은 바이오 기업도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수많은 부작용이 보고됐다.

일각에선 기적의 대상이 CAR-T 치료제가 아닌 ‘에밀리’ 그 자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까지 나서 CAR-T 치료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그럼에도 빅파마들은 인수합병(M&A)까지 불사하며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CAR-T 치료제를 기적의 치료제로 보는 것.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바이오텍은 주목할 만한 성과도 내놓고 있다.

야누스의 얼굴 CAR-T

美 FDA “암 유발 우려” 경고

CAR-T 치료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항암제 개발사(史)를 알아야 한다.

일반인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암 치료법은 1세대 ‘화학항암제(세포독성항암제)’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신체적 부작용이 크다는 사실.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판단해 잘못 공격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에 환자는 탈모부터 구토, 고열까지 다양한 고통을 호소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해법이 2세대 ‘표적항암제’다. 암의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신체적 부작용은 덜했지만, 효능이 문제였다. 장기간 사용 시 암세포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물질을 활용한 인위적 공격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 과정에서 3세대 면역항암제가 등장했다.

앞선 1, 2세대와 개념부터 달랐다. 외부 물질이 아닌 체내 면역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는 방식. 쉽게 말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지원하는 형태다. 앞서 언급된 CAR-T 치료제도 면역항암제의 한 종류로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강력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돕는 게 CAR-T 치료제다.

T세포는 일종의 체내 ‘경찰관’이다. 비정상 세포를 발견하면 사멸시킨다. 다만 일부 암세포의 경우 T세포를 속인다. 이에 T세포가 속지 않고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도록 ‘암 항원 수용체’를 달아준 게 CAR-T 치료제다.

CAR-T 치료제를 만드는 방식은 다소 복잡하다. 일단 환자 림프구에서 T세포를 분리하는 게 먼저다. 이후 암세포를 찾아내는 물질인 CAR(Chimeric Antigen Receptor)을 결합한다. 대량 배양 과정을 거친 뒤 환자에게 다시 투여한다.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T세포는 면역체계의 추가적인 신호 전달 없이도 스스로 암세포를 찾아서 죽일 수 있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작동 방식만 보면 이상향에 가깝다. 하지만 CAR-T 역시 풀어야 할 숙제가 여럿이다.

일단 부작용 사례가 상당수다. 특히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은 대부분의 치료 환자가 겪은 부작용으로 꼽힌다. CRS는 면역체계의 과도한 반응으로 인체 내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대량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심할 경우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경 독성 증후군(ICANS) 등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ICANS는 CRS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생되는 부작용이다.

최근에는 과거 부작용과 비교 불가능한 부작용 우려가 떠올랐다. CAR-T 치료제로 인한 ‘암 발생’ 가능성이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가 오히려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미국 식품의약국도 관련 움직임을 보인 상태다. CAR-T 치료제 관련 안전성 조사를 진행한 FDA는 지난 1월 22일 기승인 CAR-T 치료제 6개 품목에 2차 암 발생 위험 경고 문구(Black box warnings) 삽입을 요구했다. 암 유발 요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CAR-T 치료제 제작에 사용되는 렌티바이러스 벡터 등이 원인으로 언급된다. 렌티바이러스 벡터는 CAR을 환자의 T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위치에 결합돼 암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유익성 커”…상업화 활발

국내 ‘큐로셀’도 하반기 품목허가 신청

크고 작은 부작용 우려에도 빅파마들은 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언급되는 부작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고, 현재 2주 이상 소요되는 CAR-T 치료제 제작 기간만 단축한다면 분명 가장 이상적인 항암제인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CAR-T 치료제 시장은 부작용 우려와 별개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규 진입에 나선 빅파마도 있다. 시가총액 1056억달러(약 142조원)에 달하는 미국 빅파마 리제네론은 최근 관련 사업부를 인수하며 CAR-T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제네론은 투세븐티바이오(2seventy bio)의 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과 상업화 권리, 연구 인력을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 내 인수 절차를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투세븐티는 다발성골수종 CAR-T 치료제 ‘아베크마(Abecma)’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또 다른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도 CAR-T 치료제 상업화에 힘 쏟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특히 치료제 제조 기간 단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바이오 기업 ‘그라셀바이오테크놀로지스(GRACELL Biotechnologies)’를 인수했다. 그라셀은 CAR-T 치료제 제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FasTCAR’ 플랫폼을 보유했다. CAR-T 치료제 부문의 강자로 꼽히는 노바티스도 신규 플랫폼 T-Charge를 활용해 배양 시간을 줄여 제조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경우 CAR-T 생산 기간을 2일 미만으로 단축시켜 실제 투여까지 10일 미만으로 줄이는 걸 목표로 내걸었다.

국내 바이오텍 중에서는 큐로셀과 앱클론이 눈에 띈다. 임상 단계만 놓고 보면 큐로셀이 가장 앞서 있다. CD19 단백질을 찾아내는 CAR-T 치료제 후보물질 ‘안발셀’은 임상 2상을 마친 상황이다. 안발셀은 혈액암의 하나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가 대상이다.

큐로셀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만 22~85세 성인 79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했다. 임상 2상 분석 결과, 유효성 분석 대상자 73명 중 안발셀을 투여하고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 관해’ 비율이 67.1%로 나타났다. 종양 크기가 줄거나 사라지는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은 75.3%였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큐로셀은 올해 하반기 국내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앱클론은 4개의 CAR-T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단연 주요 ‘AT101’이다. AT101은 CD19 단백질을 찾아내는 CAR-T 치료제다. AT101은 현재 82명을 대상으로 국내 7개 기관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T101은 지난해 10월 임상 2상을 시작해 올해 하반기 중간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며 “임상 2상 완료 후 긍정적인 결과 도출 시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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