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 ‘뉴클리어 나우’ 올리버 스톤 감독 단독 인터뷰
핵폐기물로 아무도 죽지않아
사람들 진짜가 아닌것에 공포
가짜정보 말고 과학을 믿어야
기후변화 문제 해결하기위해
재생 에너지에 돈쏟아붓지만
태양·풍력·수력 에너지 한계
원전 안쓰면 더나쁜 가스써야
글·사진 =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
“클린 에너지인 원자력은 인류에게 선물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 사용 가능성에 비해 그 위험성을 너무 높게 평가한다. 오히려 기후 변화가 어떤 방사선 폐기물보다 더 위험하다.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이 지구에서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지금 당장.”
‘플래툰’ 등 반전(反戰)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 수상한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지난 1일 문화일보와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현시대의 화두인 기후 위기의 주된 요인인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친환경 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원자력을 활용한 에너지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과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대중은 원자력 발전소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혐오 시설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원자력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원자력 발전소를 직접 돌며 수십 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그의 신작 다큐멘터리 영화 ‘뉴클리어 나우(Nuclear Now)’는 원자력의 위험성을 둘러싼 ‘과장된 미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진보 성향 감독으로 알려졌는데 친(親)원전 영화를 제작해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영화를 제작한 계기가 있나.
“(기후 변화라는)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서다. 나에겐 아이들이 있고, 또 세계가 변하는 걸 목격하고 있으며 곧 찾아올 혼란이 보인다. 지금 지구상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정신을 차리고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야 한다. 내가 늘 관심을 갖는 건 ‘진실’이다. ‘뉴클리어 나우’는 사실에 기반을 둔 영화다. 2050년까지 지금보다 2∼5배 더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 에너지로는 필요 전력량의 40%밖에 공급하지 못한다. (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반이 넘는 나머지 전력은 원자력 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재생 에너지의 한계는 뭔가.
“전 지구적으로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수십조 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태양열 패널과 풍력 발전기를 방대한 규모의 토지에 돈을 써가며 늘려가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저장장치나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지만 재생 에너지로는 계속 증가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못 따라간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절대 될 수 없다. 인류가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오히려 공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는 증가하고 있다. 원자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결국 부족한 에너지를 가스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스는 이산화탄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유해한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대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원자력을 외면하나.
“더 극적이기 때문이다. 매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사람들은 비행기 추락 사고에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같은 맥락에서 대중은 핵폭탄과 핵에너지를 구분 짓지 않는다. 이 둘은 전혀 다른 형태의 에너지다. 물론 원자로에서 핵폭발 사고도 발생했지만, 그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건 역사를 통틀어 체르노빌 단 한 건밖에 없었다. 후쿠시마 사건은 쓰나미로 인한 수소 폭발이었으며, 방사능 누출로 인한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발생한 1만8000명의 사망자는 모두 쓰나미와 강제 대피로 인한 피해였다. 반면 석탄 활용으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발생하는 사망자는 매년 200만 명으로 추정되며 가스 산업에서도 매년 수많은 유출 사고가 발생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핵 폐기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데.
“미디어는 원자력 상용화를 반대하며 핵 폐기물을 종종 문제 삼지만, 석탄이나 석유가 배출하는 유해물질보다 훨씬 안전하다. 핵 폐기물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사람들은 진짜가 아닌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지금껏 핵 폐기물로 인한 사망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핵 폐기물은 철저히 관리될 수 있고 그 양도 적다. 지난 1950년부터 미국이 사용한 플루토늄과 우라늄으로 인해 생긴 핵 폐기물을 전부 모아도 월마트 한 개 크기의 창고에 보관 가능한 양밖에 되지 않는다. 핵 폐기물은 방사선을 내뿜지만, 물에 넣어 40년 동안 보관하면 방사선은 99%의 힘을 잃는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의 삼중수소 방류는 어떻게 보나.
“환경 단체들은 역시 삼중수소가 태평양을 오염시킨다고 했지만 과학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위험하지 않다. 바다는 아주 미량의 삼중수소를 흡수할 뿐이다.”
―한국에선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정치적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거대한 공포가 자리 잡았다. 특히 영화 ‘판도라’가 개봉했을 때 한국인들이 공포에 떨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공포영화 수준으로 폭발을 과장되게 묘사했기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 친원자력, 반원자력 정치세력의 분열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원자력은 정치 이슈가 아닌 과학 이슈다. 미국 HBO 시리즈나 영화에서도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여론몰이도 크게 작용한다. 저항은 미신에서 오는 것 같다. 자신의 의심과 의혹에 맞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지만 과학자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정치적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한국의 사례를 어떻게 보는지.
“독일을 예로 들면 좋겠다. 독일도 프랑스처럼 원자력 개발을 시작했다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근거로 한 녹색당의 반발로 원자력 사용은 물론, 정상 가동되던 기존의 원자로를 없애기까지 했다. 결국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고 있고 다시 석탄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80%의 에너지를 원자력으로 충당한다. 1960년대부터 미국을 따라 원자력 에너지를 상용화했고 엄청난 속도로 15년 만에 56개의 원자로를 가동시켰다. 결과적으로 지금 독일은 유럽 내 탄소 배출의 측면에서 많이 뒤떨어져 있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은 후쿠시마 이전까지만 해도 24개의 원자로를 비교적 적은 예산과 숙련된 노동력으로 지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도 4개의 대형 원자로를 건설하기도 했다. 해당 원자로는 각각 14억 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전 세계 30개국의 450개의 원자로는 490억 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한국은 이런 대규모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원자력 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 도달했나.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거대한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작은 규모의 원자로를 뜻한다. 일본의 히타치 그룹은 경제적이고 흥미로운 디자인의 SMR을 개발하고 있고 2028년에 공개돼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
―신작 제작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도 제작을 원치 않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층, 특히 미국의 젊은 세대로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위험을 이해하고, 원자력 사용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다. 원자력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기후 변화가 원자력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원자력이 미래다.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믿는 건 나에겐 마술을 믿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