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성공 주역’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 사퇴… “조직개편으로 수족 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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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15. 오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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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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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성공 주역인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항우연 조직 개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15일 항우연 등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사퇴서에서 고 본부장은 “항우연의 조직개편으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됐다”며 “이대로는 누리호 3차 발사와 산업체로의 기술이전 등 산적한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 /조선DB


앞서 항우연은 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발사체연구소를 만들어 기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대신하게 하고, 팀제를 폐지하는 게 골자다. 15일에는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을 발사체연구소장에 임명하는 인사도 냈다.

(본지 11월 30일자 [단독] 누리호 개발사업본부 팀제 폐지에 항우연 내부 반발… “수족 자르나”)

항우연 측은 차세대발사체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종합연구소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탈바꿈하기 위한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조직개편에 따라 별도조직으로 있던 소형발사체 연구조직도 발사체 조직에 통합되는 등 발사체연구인력 숫자도 다소 증가하고, 상위조직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사체개발사업본부 내부에서는 누리호 성공 주역을 사실상 해체하면서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반발했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에서 “기본의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며 “이는 정부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 제3조에 규정된 연구개발조직 추진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 본부장 외에 분야별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5명의 부장도 이미 이상률 항우연 원장에게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호남 항우연 나로우주센터장도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조직개편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발사체 기술개발의 최일선 조직인 팀이 없어지면 누리호 3차 발사는 물론이고 산업체 기술이전과 차세대발사체 기술개발도 할 수 없다”며 “정부가 미래로 가자고 하는데 정작 항우연은 수족을 잘라버린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오후 이상률 원장과 고 본부장을 불러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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