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영수 영장 청구에 21개월, ‘재판 거래’ 권순일 수사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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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19. 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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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50억 클럽’ 의혹은 정치·법조계 유력 인사들이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대장동 스캔들 초기부터 불거졌다. 박 전 특검 딸이 화천대유에 근무하며 회사 몫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대의 시세 차익을 봤다거나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게 2021년 9월이다. 구속 영장 청구에 1년 9개월이 걸렸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권순일 전 대법관(왼쪽)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뉴시스

최근까지 검찰의 행보는 수사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은 수사 초반 박 전 특검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한 게 전부였다. 정권 교체 후에도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던 검찰은 지난 3월이 돼서야 압수 수색에 나섰다. 곽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국회가 여야 합의로 ‘50억 클럽’ 특검법을 상정하자 처음으로 수사다운 수사를 한 것이다. 그 후 “박 전 특검 측이 대장동 사업을 돕는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땅과 상가 건물 등을 요구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박 전 특검은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대통령을 구속시킨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이 같은 의혹을 받는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이 미적거린다면 ‘제 식구 감싸기’다. 이번 구속 영장 청구도 면피용이어선 안 된다.

‘50억 클럽’ 의혹 당사자 중에서도 ‘재판 거래’ 의혹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가 가장 부진하다. 2020년 7월 대법원은 ‘TV 토론에서 한 거짓말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판결을 내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길을 열어줬다. 당시 대법관 중 최선임이던 권 전 대법관은 5대5로 유무죄 의견이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재판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 핵심인 김만배씨는 권순일 대법관실을 8차례 찾았고,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돼 매달 135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부인하지만 재판 거래 의혹은 합리적 의심이다. 사실이라면 사법부 문을 닫아야 할 엄중한 사안인데도 수사에 전혀 진척이 없다. 압수 수색도 한 번 없었다.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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