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시위' 유튜버로 분장도 했던 누나…"연좌제"라는 하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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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13. 오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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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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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생 방송서 '실장님'으로 불려
5·18 비하 집회 등 참석…동생 대신 방송진행도
민주 "누나도 극우 유튜버…5·18 폄훼 연장선"
보수 인터넷방송인 안정권 씨의 누나 안 모 씨가 과거 동생의 방송에 출연한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확성기 시위'를 벌여온 보수 유튜버 안정권 씨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인 가운데, 안 씨 누나가 과거 동생의 방송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영상 플랫폼 '벨라도'를 운영해온 유튜버 안정권 씨는 지난 5월부터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에서 음향장비를 설치한 차량을 동원해 시위를 벌여온 인물이다.

안 씨 누나는 안정권 씨 회사 소속으로 방송을 돕거나 직접 출연하기도 했는데,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그가 현재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실에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에 대해 1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생 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안 씨가 지난해 11월 대선 캠페인 도중 캠프 제안을 받고 합류한 뒤 대통령실 직원으로까지 채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누나 안 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의 일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캠프에 참여한 이후 안정권 씨 활동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으며,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면서 "안 씨의 채용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보수 인터넷방송인 안정권 씨의 누나 안 모 씨가 과거 동생의 방송에 출연한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안정권 씨는 당초 유튜브 채널 'GZSS TV'를 운영했으나 폭력적인 언행 등을 이유로 2020년 유튜브로부터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이 정지를 당한 뒤에는 자체 영상 플랫폼인 '벨라도'를 통해 인터넷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5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를 할 때도 해당 플랫폼을 통해 시위 모습을 생중계했다.

안 씨는 세월호 참사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가 하면, 고(故) 노회찬 의원의 사망을 조롱하는 '잔치국수 먹방' 등을 한 인물이다.

안 씨 누나는 이러한 동생의 인터넷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고 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한 구독자가 2021년 7월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안 씨의 누나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수염을 그려 동생처럼 분장을 한 뒤 홀로 방송을 하며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이들 구독자들은 안 씨의 누나를 '실장님'으로 불렀다.

안 씨 누나는 동생이 열었던 극우성향 집회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안 씨의 누나가 동생이 열었던 5·18 비하 집회에 참석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또순이TV' 방송화면 캡처


안 씨 누나는 2020년 말에 '또순이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정보 란에는 "오로지 수다가 콘텐츠인 아줌마"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지난해 말까지 이 채널에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영상 등이 올라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상편집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고 했으나, 눈에 띄는 영상 편집 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3600여 명에 그쳤다.

해당 채널에 올라왔던 영상들은 대통령실 근무 논란이 제기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삭제돼 현재는 볼 수 없는 상태다.

보수 유튜버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사실에 청년층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능력에 따른 채용"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이 되려 화를 불렀다. 전날부터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에펨코리아'를 비롯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안 씨 누나의 채용이 '불공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취업 준비하지 말고 극우 유튜브 방송이나 할 걸 그랬다"는 자조적인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안정권 씨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정황도 재조명되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안정권 씨 누나의 대통령실 채용은 여야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13일 SNS를 통해 "누나는 누나고 동생은 동생이지 왜 동생이 소란 피운다고 누나가 물러나야 합니까?"라고 반문하며 엄호에 나섰다.

하 의원은 "둘 다 한참 성인이다. 확성기 소음 시위는 제가 발의한 법으로 충분히 막는다"면서 "전근대적 연좌제로 대통령실 공격하고 모함하지 맙시다!"라고 했다.

지난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확성기 시위하는 유튜버의 모습. 부산일보 DB


이에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모두 가식과 위선이었습니까?'라는 제목의 SNS 글로 맞섰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시위하는 보수 유튜버 안정권이란 사람이 누구입니까? 세월호를 폄하하고, 노회찬 의원의 불행한 죽음 앞에 잔치국수 먹방을 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왜곡했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나를 채용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연좌제라구요?"라고 반문하며 "안정권 씨의 콘텐츠를 조금이라도 찾아보십시오. 누나 안 모 씨가 안정권과 함께 출연하거나 아예 방송을 대신 진행한 적도 있는데, 이 사람이 무관합니까?"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의 이러한 보수 유튜버 친족 채용은 5·18 폄훼 연장전"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광주시민이라 부르짖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5·18 기념사가 기억난다. 이런 사람의 채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 앞에 부르짖었던 모든 것이 가식과 위선이었다는 뜻"이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 윤영찬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정권 씨의 누나는 본인 역시 극우 유튜버로 활동해온 사람"이라며 "검사, 대통령 부인의 회사 직원, (대통령의) 친인척에 이어 극우 유튜버까지 대통령실에 합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저와 동료 의원들이 양산경찰서를 방문했을 때 경찰서장이 집회 대응이 미흡함을 인정했음에도 이후 상황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그 이유가 이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급속히 경직된 이 정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안씨 누나)의 존재가 일선 경찰 입장에서 어떤 사인으로 받아들여지겠나"라며 "윤 대통령이 전 대통령 사저 앞 혐오 시위를 방관하는 것을 넘어 독려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정권 씨의 누나 안 씨는 이날 대통령실에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으로 보이는 안정권 씨.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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