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인들 현행범 ‘감금’, 1심 유죄→2심 ‘정당행위’ 무죄 왜?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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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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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지인들에 도움 요청해
‘현행범’ 수거책 잡아 경찰 인계
2심은 지인들 행위 ‘정당’ 판단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 피해자와 그에게 사기를 치려는 수거책. 피해자는 지인들을 동원한 끝에 수거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에 넘긴다. 그 과정에서 약 5분간 수거책이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다면 감금일까, 아니면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걸까.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서삼희)는 최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 상해·감금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공동 감금 혐의를 유죄로 보고 각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축은행 직원으로 가장해 B씨에게 4500만원을 갈취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대출을 추가로 받겠느냐”며 또 접근했다. B씨는 경찰에게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그는 수거책과 공범을 붙잡아 피해금을 찾기로 마음먹고, A씨 등 지인 4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현장에 나타난 수거책 C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주변에 공범이 있는지 수색한 뒤 인근 경찰서에 인계했다.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C씨는 제압을 당하면서 전치 약 5주의 상해를 입었다.
 
창원지검은 C씨를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감금의 ‘피해자’로 보고,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면서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B씨는 차에 타지 않아 공동 상해 혐의만 적용했다.
 
지난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A씨 등 4명은 체포한 현행범을 즉시 경찰에 인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범을 붙잡아 B씨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해 차에 태우고 다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감금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되는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수단·방법이 없는 보충성이란 정당행위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다만 공동 상해 혐의는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가해진 것으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B씨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들 판단도 재판부와 같았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 등 4명이 C씨를 차에 태워 이동한 행위는 현행범을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인도하기 위한 적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며 “C씨에게 현금 수거를 지시한 공범이 현장 주변에서 피고인들 행위를 지켜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공범들은 C씨가 B씨 지인들에게 체포된 직후 C씨에게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으로 ‘왜 사람을 눕혀 놓고 때려요, 다들 특수폭행으로 고소당할 텐데’, ‘니가 그런다고 우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나?’ 따위의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또 “보이스피싱 범죄의 사회적 폐해, B씨가 실제로 입은 피해액, C씨가 입은 상해 정도 등을 고려하면 보호법익과 침해 법익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로서는 (당시) C씨를 놓칠 경우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점 등에 비춰 보면 긴급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C씨가 B씨에 대한 사기 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점도 참작됐다.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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