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국내 은행 영향 제한적이지만…위기 대응 '고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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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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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아
尹 "금융시장 영향 면밀 점검"
당국 "필요 시 시장안정 조치"
실리콘밸리은행 로고.ⓒAFP=연합뉴스
[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도 충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특수은행으로서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했던 SVB와 달리 국내 은행들은 아직 전통적인 대출 영업에 집중해온 까닭에 당장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혹시 모를 여파에 대비해 시장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며 리스크 대응에 고삐를 죄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 파산은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면서 벌어졌다. SVB의 지주사인 SVB파이낸셜은 거의 18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보더라도 보유한 매도가능증권 대부분을 팔겠다고 선언했고, 발표 이틀 만에 곧바로 은행 폐쇄가 결정됐다.

그러면서 SVB 측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여파로 기술기업들의 돈줄이 말라버리면서 SVB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끊겼고, 이로 인해 과거 비싸게 샀던 채권을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SVB 파산이 가파른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만큼 국내 은행들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일곱 차례 걸쳐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같은 해 6월부터 7월, 9월, 11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며 유례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도 각각 0.50%p와 0.25%p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에 따른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지금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아직 이번 사태가 미국 일부 은행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SVB는 벤처캐피탈과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으로서 자금 조달과 투자가 편중돼 있었던 반면, 국내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기간 동안 늘어난 유동성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주로 대출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들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243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7조4000억원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5%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정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미국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요인, 사태 진행 추이, 미 당국의 대처,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필요 시에는 신속한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부처 및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별로 마련된 비상 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이고, 미국 정부 및 감독 당국이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 내 금융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이 개선돼온 점, 미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전면 보호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SVB와 시그니처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오는 14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결과 등에 따라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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