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900만원 벌어도 "퇴직 후엔 어쩌지"…노후준비 '못'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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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3. 오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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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크레바스]<상>1825일의 공포②1009명 대상 설문조사…노후준비에 대한 대국민 인식은?
[편집자주] 올해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데,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다. 특히 퇴직 후 소득공백(Crevasse)은 노인 빈곤을 더 악화시킨다. 정년과 연금 제도의 불일치로 60~65세는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혼(滿婚) 추세 속 소득공백은 이제 '공포' 그 이상이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가 이어지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공백의 현실을 진단하고 소득 공백을 늦출 일자리,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연금 개혁 등 합리적 대안을 짚어본다.
그래픽=윤선정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 소득 공백을 우려하면서도 노후소득 준비를 하지 않는 건 당장 먹고 살기 바빠서다. 노후준비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현재 노후 준비 상황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노후 준비가 충분하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현재 집이 없거나 수입이 적을수록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자가 보유자의 79%가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한 반면 집이 없는 사람은 88%가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월평균 수입별로 보면 △399만원 이하(88%) △400만~599만원 이하(88%) △600만~899만원 이하(78%) △900만원 이상(68%) 등 현재 소득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노후준비 우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외 별도 노후 대비 수단을 묻는 질문에는 예·적금(52%)이 가장 많았다. 이어 △개인연금(36%) △근로소득(34%) △주식·채권 등 증권과 가상자산(32%) △퇴직금(32%) △퇴직연금(29%) 등 순이었다.

특히 국민연금 외 별도의 노후소득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10%를 차지했다. 30~50대의 경우 인생에서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큰 생애주기흑자 기간임에도 노후대비가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

통계청의 '2022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생애주기흑자 구간은 청년들이 취업을 하는 시기인 28세부터 시작한다.

이후 평균 노동소득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43세에 최대 흑자(1753만원)를 찍은 뒤 점차 줄기 시작해 61세부턴 다시 적자로 전환된다. 인생에서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큰 흑자기간이 33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그래픽=이지혜
생애주기흑자 기간임에도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살림살이도 팍팍해서다.

국민연금 외 노후소득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의 37%는 그 이유로 '소득이 적어서(낮은 임금)'를 들었다. '생활비, 교육비, 부모님 부양비 등 다른 필수적 지출이 많아서'라고 답한 비율도 33%에 이른다.

이어 △고용 상태가 불안정해서(10%) △주거비 지출 때문에(9%) △아직 노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아서(8%)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2%) △가족에게 지원을 받을 계획이라서(1%) 등 순이었다.

경제적 이유로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단 응답이 전체의 89%에 이르는 셈이다.

그래픽=윤선정
나름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준비도 완벽하진 않다.

국민연금 외에 연금보험,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 등과 같은 개인연금 가입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 362명 중 자신의 예상 개인연금 총수령액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46%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퇴직연금 총수령액이 얼마인지 알고 있다는 응답자 역시 45%로 절반이 채 안됐다.

진짜 문제는 이처럼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득공백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체 응답자 26%는 은퇴 후 주된 소득원을 묻는 질문에 '국민연금'을 꼽았다. 주된 소득원 1~3순위 안에 국민연금을 꼽은 응답자는 58%에 달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에 노후 대비를 의존하고 있는 것인데 현재 법정 정년(60세)과 국민연금 개시 연령(현재 63세, 2023년부터 65세) 사이 소득절벽 발생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특히 현재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월평균 수입 399만원 이하에서 은퇴 후 주된 소득원으로 개인연금을 꼽은 비율은 27%였다. 900만원 이상 구간(38%)보다 11%포인트나 적은 수준이다.

아울러 월평균 수입 399만원 이하 17%는 국민연금 외엔 별도 노후소득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5%만 별도 노후소득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600만~899만원' '900만원 이상'보다 3배 이상 높다.

이에 따라 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21%는 은퇴 후 주된 소득원으로 '근로소득'을 꼽았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는 지난달 '합리적 계속고용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수급 개시연령과 법정 정년 연령과 괴리로 인한 소득 단절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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