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스토리처럼 숏폼화
“젊은 카톡 표방 Z세대 놀이터로”
Z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숏폼’ 플랫폼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입힘으로써 그동안 “카톡은 올드하다”라는 10대·20대들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씻어낸다는 복안이다. 특히 톡 대화방에 궁금한 정보를 바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비지인 관심사 기반의 오픈채팅과 뉴스·정보 큐레이션 카카오뷰를 태그로 연결해 카카오톡 하나만 있으면 메신저는 물론, 커뮤니티, 정보 공유 및 탐색을 앱 하나로 할 수 있는 ‘차세대 포털’ 플랫폼으로까지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8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최근 임직원 대상 내부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내년도 사업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네이버와 비교해 카카오의 대내외 사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임을 알리고, 그동안 실패했던 주요 서비스에 대한 고찰과 함께 내년에는 ‘뉴 카톡’(가칭) 준비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출시 이후로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카톡이 최근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계기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자, 반전 카드로 ‘뉴 카톡’에 승부수를 건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에서 홍 대표는 ‘이용자 신뢰 회복은 결국 강력한 서비스를 통해 구현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임직원들에게 피력하고, 핵심 성과 지표까지 내걸며 임직원들에게 강한 주문을 내걸었다는 후문이다.
기존 프로필에는 좌·우로 넘길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고 이용자도 극히 적다는 점에서 ‘세로 스크롤’을 도입한다. 또 톡 프로필 콘텐츠 저작도구로 카카오브레인의 ‘칼로’(인공지능화가)를 추가해 콘텐츠를 다양화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전날 카카오는 톡 업데이트를 통해 프로필에 친구, 지인들과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꾸미기 기능인 ‘공감 스티커’를 추가한 바 있다. 공감 스티커는 말 그대로 사용자가 자신의 프로필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놓으면, 이를 본 친구나 지인이 공감한다는 의미로 스티커를 누르거나 공감의 정도를 슬라이드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공감을 취소하는 기능도 있고, 누가 공감했는지는 프로필 주인만 알 수 있다보니 흡사 인스타그램 숏폼 기능인 ‘스토리’와 흡사하다.
관련 업계에선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가 단순히 톡 프로필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바꾼다는 개념이 아닌, 큰 그림에선 ‘숏폼’으로의 탈바꿈이라고 진단했다. 콘텐츠 생산 도구를 계속해서 추가하고 세로 스크롤을 도임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숏폼 콘텐츠 생산을 유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하루에도 바뀐 프로필을 누르는 사용자 수가 수백만명으로 많지만 실제 톡 대화 등 다른 카카오 서비스로 연결되지 않는 다는 점에서 개선 방안을 찾은 것”이라면서 “프로필이 이제는 근황을 확인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바뀌게 될 톡 프로필이 Z세대 놀이터라면 대화방 등 카카오톡의 기본 기능 업데이트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편의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빠르면 다음달 중으로 대화창에 정보 탐색 기능(검색)을 출시하는데, 가령 월드컵을 주제로 대화하다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별도의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아도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야심차게 내놨지만 ‘가짜 프로필’이라는 인식 때문에 지지부진했던 멀티프로필도 손질 대상이다. 카카오는 톡 친구 메인 탭에 아예 멀티 프로필 탭을 별도로 만들어 계정 여러개를 동시에 쓰는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네이버가 핵심 서비스를 메인 첫 화면에 노출 시켜놓고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것과 관련해 카카오도 친구 메인탭에 자사 핵심 서비스를 불러 놓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더 보기 탭에 있는 카카오톡 지갑(인증서, 증명서, 신분증, QR코드 등)이 메인 탭으로 재배치되는 안이 거론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그리는 ‘뉴 카톡’은 네이버처럼 주요 기능을 메인에 끌어다 놓고 카카오톡에서 손을 떼기 힘들 정도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결국 이같은 도전이 성공할 지 여부는 지켜볼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 행사에서 검토중인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도입 여부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