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0일, 가천대 축제 무대에 오른 이길여 총장이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가수 싸이에 앞서 등장해 말춤을 추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347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91세라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 총장은 웰에이징(well-aging)의 아이콘이다. 중앙일보 구독 서비스 ‘더 중앙 플러스’는 ‘청춘 이길여’에서 생활 습관부터 운동·소통법·리더십까지, 그가 90대에도 푸르른 비결을 소개한다.
‘비행기 안에서도 눈을 안 붙인다’ ‘피곤해서 몸살이 나는 걸 이해 못 한다’는 등 이 총장의 체력에 관한 ‘증언’들은 많다. 그는 코로나도 피했다. 지난해 한글날 연휴에는 사흘 내리 골프를 치는 ‘괴력’을 자랑했다. 그의 신체 나이는 얼마일까.
타고난 체력을 뒷받치는 건 식습관이다. 158㎝에 59㎏의 아담한 체격과 달리 그는 ‘대식가’다. 아침 식탁엔 녹즙 한 컵, 계란 요리, 요구르트, 콩물이나 단백질 파우더를 넣은 우유, 견과류, 고구마나 감자가 올라온다. 여기에 삶은 뒤 다시 올리브유를 뿌려 익힌 토마토와 생 파프리카와 양배추 등을 즐긴다. 후식은 늘 사과. “간과 신장에 무리가 가면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에 영양제는 비타민·콜라겐·유산균·바이오틴으로 제한한다.
외식할 땐 늘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최근 즐기는 ‘특식’은 햄버거. 미국 유학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소울 푸드다. 김경민 비서는 “설마 다 드실까 싶어서 (버거킹 와퍼) 주니어로 사 갔다가 혼이 난 적 있다”면서 “레귤러 사이즈에 프렌치프라이, 콜라까지 세트로 주문한다”고 귀띔했다.
‘우주 최강 동안’이라는 수식어는 숱 많은 머리와 잡티가 도드라지지 않은 피부, ‘세월을 거스를 수 없다’는 목과 손의 깊지 않은 주름 때문에 붙었다. ‘일본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온다’는 소문이 날 정도지만 상당 부분은 집안 내력이다. 30~40대 때만 해도 곱슬에 머리카락이 워낙 굵어서, 파마하려면 숱을 쳐내야 했다. 피부 노화가 느린 건 어머니를 닮아서란다. 하루에 생수 외에도 보리차·결명자차·옥수수차 등을 최소 1.5L 이상 마신다.
최근엔 학생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젊게 보이려는’ 노력이 불가피해졌다. 10여 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레이저 시술을 받는데, 동안의 아이콘이 된 건 뉴스위크 표지 모델이 됐던 2012년 즈음부터다.
신뢰감 주는 정돈된 스타일을 고수한다. 흐트러짐 없는 짧은 머리는 30년 인연의 미용사, 허리가 들어가는 각진 재킷은 수십 년 단골 양장점 몫이다. 스카프나 브로치, 목걸이·반지·귀고리는 생략한다. 멋부림 포인트는 매니큐어. 20년 넘게 핑크빛이 도는 갈색을 바르고, 남이 보지 않는 발톱은 새빨갛게 물들인다.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서다.
그는 “건강하니까 열정이 넘치는 게 아니라, 열정이 있으니까 건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아직도 학생이나 환자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죠. 내 건강의 기준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느냐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