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조원 시장 열렸지만 '유럽산 구매' 원칙 우선…韓 수혜엔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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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20.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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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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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무기조달 대출지원프로그램 세부사항 발표
65%가 EU 회원국 소속 기업에서 구매해야
韓, 일단 수혜대상이지만…난관 적지 않을 듯
K2 전차가 폴란드 현지에서 포 사격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유럽연합(EU)에 대규모 무기 공동조달 시장이 열렸다. 그러나 유럽산 무기 조달을 우선적으로 명시하면서 방산 강국 한국이 기회를 잡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

EU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로 이름 지어진 1500억유로(238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조달 대출금 지원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대출금은 EU예산을 담보로 하고, 만기는 최대 45년이며, 회원국은 2030년까지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완제품 가격의 최소 65%는 EU·유럽경제지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우크라이나의 계약자 및 하청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나머지 최대 35%는 안보협정이 체결된 비(非) EU 국가로부터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EU와 안보협정이 체결된 나라로 일단 무기를 구매할 수 있는 비EU국가로서의 조건은 충족했다. 한국 외에 일본과 노르웨이,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몰도바 등도 EU와 양자 안보 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튀르키예는 제외됐다.

다만 허들이 만만치 않다. 장비 주문은 최소 두 개 이상의 적격 국가로부터 이뤄져야 하며, 그 중 하나는 EU 소속 국가여야 한다. 반드시 EU 소속 국가와 컨소시엄 등을 이뤄야하는 만큼, 한국 방산업체로서는 협상력이 저하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제3국과 EU 회원국 간 공동구매팀이 구성되면 팀 내에서 EU 역외 방산기업 구매에 대한 별도 협정이 체결돼야 한다.

SAFE 프로그램은 ‘유럽 재무장’ 촉진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디언은 이번 ‘유럽산 구매’ 정책이 프랑스의 외교 승리라고 봤다. 프랑스는 유럽내 주요 무기 생산국이며 라팔 전투기, 육해공 전력장비, 핵잠수함 등 무기체계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고있는 만큼, 유럽산 구매 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1500억유로 대출 계획의 최종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네덜란드, 폴란드 등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많은 국가들이 더 큰 유럽 방위 산업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군사비를 어떻게 지출할지를 EU집행위가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EU 고위 외교관은 “영국 방위 산업은 우리(EU)의 것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방에서는 군수 물자에 대해 통합된 가치 사슬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단절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중국·이란·러시아가 방위산업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며 “따라서 비유럽권 국가를 제외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지정학적·경제적 측면에서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날 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 재무장 계획/준비 2030’ 백서에 따르면 영국은 ‘유럽의 필수 동맹국’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동시에 호주·캐나다·일본·뉴질랜드·한국과의 협력을 심화할 것도 제안하고 있다.

EU는 1500억유로 대출 프로그램과 국방비에 한해서는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해 6500억유로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EU외교관은 8000억유로라는 예산이 모두 방위비에 흘러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독일과 네덜란드처럼 신용등급이 높고 재정이 풍부한 회원국들은 SAFE 프로그램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고, 남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다른 회원국들도 국방을 위해 국가 부채를 더 늘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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