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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물리학자 "후쿠시마 오염수 정체를 아무도 모른다"

2023.02.10. 오전 8:46
by 오늘의 기후보좌관

안전하다, 안전하다, 안전하다...일본 정부는 일관되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입장을 밝힙니다. 지난 7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앞바다에서 잡힌 농어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 함유량이 지역 수협이 정한 자체기준을 초과해 전량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올해 4월부터 대규모 방류를 시작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에게는 감시대상 방사성 물질의 종류를 64종에서 31종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본 정부의 이 자신감 넘치는 행동은 모두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설비로 정화 처리해 세슘을 비롯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거를 수 있고, 딱 하나 삼중수소(트리튬)은 이 장비로 걸러지지 않는데 농도를 낮추는 이러저러한 방법을 써서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 기반합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월 말, 미국의 핵물리학자가 국회토론회 참석을 위해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교수, 그는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피지, 투발루, 호주, 뉴질랜드 등 18개 나라로 구성된 태평양 연안 도서국 포럼(PIF)이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을 위해 구성한 국제 전문가 위원회 소속의 과학자입니다.

참고로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과거 미국의 핵실험 여파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핵실험 후 60년이 지난 시점에도 마셜제도 주변 11개 섬에서 모두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다는 논문이 지난 2019년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논문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의 피해를 누구보다 절감하는 이 나라들은 그래서 지난 2022년 3월, 핵물리학자, 해양과학자, 생물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과학자 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검증에 나섰습니다.

검증 결과는 어땠을까? 일본측에 각종 데이터를 요구해 검증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한 페렝 교수는 한국의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말을 남겼습니다. 오염수의 정체를 아무도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외부인은 물론 도쿄전력 관계자들도...

'오염수엔 64개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지만 4년 3개월 동안 도쿄전력은 그 중 7개 방사성 핵종에만 집중했습니다. 총 1,066개의 오염수 저장 탱크 중 단 1개의 탱크도 64개의 방사성 물질이 검사된 적 없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농도 변화나 ALPS 처리 전후의 차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지도 않았습니다.'

'화학적,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결과도 많았습니다. 화학적 성질이 같은 세슘-134와 세슘-137은 방사능이 줄어드는 반감기에 따라 농도 비율이 서서히 감소되어야 하는데 갑자기 비율 증가가 보였고, 반감기가 동일한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보통 농도 비율이 두 자릿 수 이상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최대 1만 6천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데이터 결과에 대해 과학자들이 도쿄전력에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모른다’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그린피스 인터뷰 자료, 2023년 2월3일)

페렝 달노키-베레스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출처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그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는 “부정확, 불완전, 비일관적인데다 편향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담당자와 도쿄전력의 입장은 방류 전후에 방사성 물질을 최종 점검하면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월 26일 국회 토론회에서 페렝 박사는 한국 정부에 대한 제안도 했습니다. 태평양 도서국들과 협력해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함께 대응하자는 취지입니다. 앞으로 해양 방사능 감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에 대해서는 '사후 처리에 불과한 모니터링은 방사능이 미칠 해양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사후약방문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참고 자료]

- 장마리, <미국의 핵물리학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누리집, 2023년 2월3일) https://bit.ly/3KdWMqD

- 최철, <오염수 방류 안했는데도…日후쿠시마 농어 '세슘 초과'>, (노컷뉴스, 2023년 2월8일)

- 손하늘, <[단독]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코앞인데, 감시대상 물질 대폭 축소하나?>, (MBC, 2023년 2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