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사망에 중동 악화일로… 공급망·유가 대비책 세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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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확전 위기에 놓였다. 친이란 민병대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제(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책임을 묻겠다면서 보복을 공언했다. 미국 선박을 미사일로 공격한 예멘 반군 후티에 보복 공습을 감행하던 것과 차원이 다른 보복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응 수위에 따라 이번 사태가 국지전 양상에서 서방 국가들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서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미국과 서방국가는 가자지구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의심하면서도 직접적 충돌을 피했다. 이란도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했을 뿐 직접적으로 전쟁에 개입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요르단 북부의 미군 주둔지 ‘타워22’가 공격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군이 공격을 받아 사망한 첫 사례라서 미국인들의 충격이 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책임 있는 이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악관 보좌관들도 이전과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더욱 불안해진 중동 상황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유가 불안의 파고가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해운 교역량의 12%,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담당하는 수에즈운하 불안정으로 선박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물류비가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우리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의 69%는 중동에서 들여온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어제 아시아 시장 개장 이후 전 거래일 대비 최대 1.5% 급등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9달러까지 다가갔다.

중동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가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오일쇼크’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관련 부처와 기업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마련해 공급망 위기를 타개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물류비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질 것인 만큼 물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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