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가 범죄 피의자들 도피처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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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3. 오후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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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마포갑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이번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수천만원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업가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으며 “뭘 또 주시냐”고 말한 녹음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재판에 성실히 임하며 자숙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노 의원은 “무도한 검찰 독재”라며 “주권자의 준엄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하루 전 회견에서 “검찰 독재 정권의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긴커녕 사법부의 판단에 사실상 불복하고 있다. 어제는 5·18 묘지를 찾아 “저와 제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광주 시민들의 고통과 분노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같은 범죄를 어떻게 5·18과 비교하나.

얼마 전엔 전당대회 때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을 만들었다. 송 전 대표, 노 의원, 조씨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4년 전 총선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 의원이 그 방법을 써 4년 임기를 거의 다 채웠다. 최근 1심에서 징역 3년형이 나왔지만 기소 3년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그러고도 지난달 민주당 예비 후보 검증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모델’은 이재명 대표일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사건,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총 7가지 사건의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20명 가까운 종범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이 대표만 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우연이겠나.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서 이겨 방탄을 두른 덕일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조씨나 송 전 대표가 만들겠다는 정당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들까지 끌어안는 모양새가 선거에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엔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총선 때 급조한 친문 성향 열린민주당이 결국 민주당과 합당한 전례가 있다. 총선 후 이들과 모두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3일 개최한 연석회의에도 그런 세력이 대거 참여했다. 헌재가 위헌 정당으로 보고 강제 해산한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 대표, 이적단체인 범민련 남측본부 출신 인사, 후쿠시마 방류 반대를 주장하며 주한일본대사관에 진입하려 했던 단체 대표 등이 그들이다. 천안함·광우병 괴담을 퍼트리거나 반미·친북 활동을 펼쳤던 인사들이다. 파렴치 범죄자도, 애국가를 거부하고 유사시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한 반국가 집단들도 국회 다수당 깃발 아래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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