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러시아 테러와 IS, 그 비극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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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벌어진 잔혹한 테러는 25일 현재 137명의 사망자와 15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충격적 사건이었다. 이 테러사건의 용의자는 모두 11명으로 그중 4명이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는데 검거된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잔혹한 고문 영상이 공개되며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ISIS-K로 알려진 IS-호라산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테러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IS-호라산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배제한 채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해 이번 사태를 서방에 대한 외교정책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테러의 배경에 관해 우크라이나 배후설에서 러시아 자작극까지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테러사건의 배경에 여러 층위의 상황과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 파악된 이번 테러의 가장 유력한 주체는 IS-호라산이다.

그렇다면 IS-호라산은 왜 거대한 러시아를 대상으로 승산 없는 테러를 자행한 것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배경은 향후 보다 심도 있는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테러의 명분과 배경은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러시아와 무슬림 세력과의 구원(舊怨)이다. 1979년 공산국가인 소련이 이슬람국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미국의 지원을 받은 무슬림들이 세력을 규합해 소련에 맞서 싸웠다. 이들이 바로 ‘무자히딘’이며 이들의 일부가 후일 ‘알카에다’로 9·11테러의 주체가 된다. 1990년대 체첸은 지하드의 제1격전지가 된다. 소련 붕괴 후 체첸 등지에서 발생한 무슬림 지역 분리독립운동을 러시아는 강경 진압했고 이는 중앙아시아 무슬림 사이에 러시아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2011년 발생한 시리아 내전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맞서 싸웠던 세력이 알카에다와 IS였는데 붕괴 직전에 있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도와 이들을 물리친 것이 바로 러시아였다. 특히 최근 2년간 무슬림에 대한 탄압으로 푸틴에 대한 원한이 더욱 깊어진 상황도 무슬림 세력의 러시아에 대한 반감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

ISIS-K, 즉 IS-호라산은 어떤 세력인가? 호라산은 현재 이란,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일부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었다. 2014년 발흥한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지역에서 세력을 넓히자 호라산지역의 무슬림 세력이 IS에 충성을 맹세하며 하부 조직으로 편입돼 현재의 IS-호라산이 됐다. 2019년 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과 더불어 IS 세력은 급격히 소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잔존 세력이 본국으로 흘러들어 각 지부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 갔고 이번 러시아 테러 사태의 배후를 자처한 IS-호라산 또한 그 세력 중 하나다.

한때 소멸된 듯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과 대립으로 취약해진 러시아를 테러 무대로 삼고 국제사회에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IS 세력은 서방, 비서방을 막론하고 반이슬람 국가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어수선해진 국제 정세가 IS-호라산의 등장으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테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과 대응만이 더 이상의 잔혹한 테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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