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 없이 “한국전쟁 발발”…교육부, 강원교육청에 “책자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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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02. 오후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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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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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북한식 발전모델을 실험하는 공간” 등 문제 삼아
“10월 말까지 전수조사…편향성 논란 없도록 매뉴얼 마련”

문재인 정부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해 강원도교육청이 제작한 ‘중·고교 학생들의 북한지역 현장학습을 위한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에서 6·25 전쟁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의 남침을 언급하지 않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 교육부는 2일 “학교 등에 보급된 이 자료(679권)를 회수해 폐기하도록 강원도교육청에 즉시 요구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강원도교육청이 2020년 제작한 '중·고교 학생들의 북한 지역 현장학습을 위한 가이드북' 중 일부.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우리 아이들이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편향적인 평화·통일 교육자료를 바로잡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가이드북은 2018년 교육부가 수립한 ‘학교 평화·통일 교육 활성화 계획’에 따라 남북 교류·협력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개발된 교육자료다. 교육부가 특별교부금 2억원을 투입했고, 강원도교육청이 17개 시·도 교육청을 대표해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가이드북은 통일 시대를 대비해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이 가능한 북한 지역’ 소개 및 방문절차를 안내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발됐다. 개성, 평양, 원산, 금강산, 백두산 등 북한의 주요 도시와 관광명소, 역사 유적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발간 후 시·도 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 관내 학교에 679권 배포됐다.

교육부는 이 가이드북에 대해 ‘교과용 도서 검정 기준’에 명시된 ▲헌법정신과 일치 ▲교육의 중립성 유지 ▲교육과정 준수 ▲내용의 정확성 및 공정성 등을 기준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가이드북에서 6·25 전쟁에 대해 북한의 ‘남침’ 사실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부분에는 “남한과 북한은 분단된 상태에서 1948년 8월 15일(남한)과 9월 9일(북한) 각각 정부를 수립하였고 이는 2년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단초였다”라고 서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강원도교육청이 2020년 제작한 '중·고교 학생들의 북한 지역 현장학습을 위한 가이드북' 중 일부. /교육부 제공

평양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한 것으로 교육부는 판단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지만, 평양은 북한식 발전모델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북한은 ‘평양’에 21세기 사회주의 수도다운 기념비적 살림집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가이드북에는 개성공단에 대해 “2016년 2월 북한의 핵‧미사일 사태와 관련한 갈등으로 박근혜 정부가 전면 폐쇄결정을 내린 바 있다” 등으로 서술돼 있다. 교육부는 “불균형적으로 기술돼 있다”고 봤다. 이 밖에 가이드북에는 자료 내용이나 사진 등이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언론사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폐간된 ‘자주민보’에서 인용돼 있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 가이드북에 대해 “시·도 교육청 및 강원도 교육청 관내 학교 등에 보급된 이 자료(679권)를 회수해 폐기하도록 강원도교육청에 즉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 예산으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된 평화·통일 교육자료에 대해 올해 10월 말까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시·도 교육청에도 자체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평화·통일 교육자료를 같은 기간 자체 점검하도록 교육감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또 교육부는 “더 이상 이념 논쟁과 편향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자료 개발 지침(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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