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마련해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에 주력…'先지원 後구상'엔 난색

입력
수정2023.04.24. 오후 2:35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우선매수권 부여하고 경락대금 저리 대출…LH 등 대신 매입해 임대
야당 주장하는 보증금 채권 매입 등에는 입장 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인천 부평구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대책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4.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신현우 기자 =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주력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이 거주 주택을 직접 낙찰받을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구매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대신 행사해 피해자에게 임대 형식으로 주택을 제공한다. 다만 정부는 전세 보증금 등 피해액을 대신 탕감해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거주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이번 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임차인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희망하지 않을 때는 공공이 양도받아 집을 매수해 임차인에게 집을 임대할 계획이다.

우선매수권은 제3자인 입찰자가 경매에서 최고가를 신고하면 임차인이 해당 입찰자보다 우선해서 집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임차인이 최고 낙찰가를 지불하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피해자에게 장기 저리로 경락대금 대출을 지원하고 취득세 등 관련 세금을 감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집을 직접 구매할 의사가 있는 피해자에게만 실효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주택 구매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LH·지자체 등이 기존주택 매입임대를 위해 마련해 뒀던 예산 7조5000억원을 활용해 최대 3만5000가구까지 직접 사들인다.

이후 공공이 사들인 주택을 피해자에게 최장 20년까지 임대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들이 대부분 전용 85㎡ 이하, 시세 3억원 이하인 만큼 LH 등의 매입임대주택 사업 기준을 그대로 준용할 계획이다. 국토부 내에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LH 등이 매입할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기준과 범위 등 세부사항을 결정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을 통해 "융자받아서 산 경우에 주택 가액이 오르면 이번에 피해를 본 보증금도 사실상 회수할 수 있다"며 "공공임대주택에 20년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게 되면 현재 임대료 시세로 환산했을 때 상당 금액이 이익이 되기 때문에 사기로 떼인 돈에 대한 실질적 가치로는 거의 충당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미 LH는 올해 사업으로 매입임대 주택을 경매보다 더 비싼 값에 사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LH 등 기존주택 매입임대 물량이 고스란히 전세사기 피해 대책에 활용되는 터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취약계층, 다자녀 신혼부부, 고령자 등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기존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정부는 '떼인 보증금'에 대한 위험을 정부가 대신 떠안는 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원 장관은 이날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전세사기에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해 회수 여부를 떠나 그 부담을 국가가 떠안으라고 하면 앞으로 모든 사기 범죄는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안타깝지만 선을 넘으면 안 되는데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야당은 피해자의 보증금 채권까지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특별법 제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초부자들을 위해 수십조원씩 세금을 깎아줄 돈은 있어도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서 공공 매입할 돈은 없다는 것이냐"며 "피해자를 우롱하는 엉터리 대책을 그만두고 선구제 원칙을 바탕으로 사회적 재난에 걸맞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