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치하는 대통령’ 되려면 비선 논란부터 해소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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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선 및 취임 직후부터 2년 동안 일관해온 ‘마이너스 정치’ 스타일을 ‘플러스 정치’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많이 늦었지만 다행한 인식의 전환이다. 국회 부의장 출신의 정진석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22일 임명한 것도, 야당 공약을 겨냥해 “마약” 운운했던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도, 총선 참패 책임을 사실상 떠넘겼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뒤늦게 만나자고 한 것도 ‘정치하려는 의지’의 표출일 것이다.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첫째, 이미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졌다. 정치 아마추어가 갑자기 정치 9단이 될 수도 없다. 엄청난 험로가 닥쳤는데, 정치인 비서실장을 기용하는 것으로 길이 열리진 않는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은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자칫 잘못하면 여당과 지지층에서 먼저 불만이 폭발하는 등 고립무원에 처한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한다. 한동훈·안철수·나경원·이준석 등도 끌어들이지 못하면 ‘플러스 정치’는 요원할 것이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 부부와 지난 16일 관저에서 만찬을 했고,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배신자”라고 했다.

둘째, 진정성과 실천 의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공조직 참모들의 직언은 번번이 무시됐고, 그런 참모들은 경질 대상에 올라 있다. 최대 책임은 윤 대통령 본인 몫이지만, 왜곡된 정보와 대책을 입력한 비선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총선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고, 참패 이후엔 한 전 위원장 잘못으로 평가했다. 박영선·양정철 기용 소동은 상징적이다.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했는데도 일부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참모들이 대놓고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는 주장을 했다.

대통령 판단을 오도한 비서실·안보실 등의 비선부터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유신 말기의 차지철,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의 아들 문제,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 등만 돌아봐도 알 수 있다. 다시는 용산 아닌 한남동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공조직 중심으로 보좌를 받은 뒤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윤석열식 정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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