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유커 효과 없었다"… 충격에 빠진 면세·뷰티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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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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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상하이 블루드림스타호를 타고 한국에 입항한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들이 신라면세점 제주점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호텔신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에도 웃지 못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던 국내 면세·뷰티업계가 올 3분기 '어닝쇼크'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당초 면세·뷰티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령 해제 등의 호재로 올 하반기 코로나19 기간 지속된 실적 악화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암흑기'가 더욱 길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건립 등 숙원사업은 또다시 미뤄졌다. 살아남기 위해선 그동안 '유커'에게만 기대왔던 매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커 특수를 기대하던 국내 면세·뷰티업계의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먼저 면세업계에서 호텔신라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7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유커 복귀 직후인 지난 9월 면세점 총 매출은 1조 804억 9506만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1조 6527억원 4263만원) 대비 34.6% 감소했다. 

면세업계는 오랜 기간 꿈꿔왔던 숙원 사업을 재차 미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먼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는 지난 2016년 검찰 조사로 철회된 이후 8년 간 지지부진한 상태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해서는 상장 추진 당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약 15조원)까지 기업가치를 회복해야되지만 총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사업부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호텔롯데의 올해 상반기 면세사업부 매출은 1조 5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6% 감소했다. 호텔신라 역시 숙원사업인 서울 장충동 남산 한옥호텔 건립 시일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신라가 2011년 서울시에 관련 사업안을 처음 제출한 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뷰티 업계도 중국 관광객의 소비 심리 회복이 지지부진한 까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생활건강 뷰티부문과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80억원, 173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88.2%, 8.2% 감소했다. 

유커 복귀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에게 한 K뷰티 위상을 국제적으로 공고히 하고 장수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최적의 기회로 여겨졌지만 유커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시그니처 프리미엄 브랜드 확립이라는 장기적 목표 달성의 원동력을 잃었다.

올 상반기에만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제품개발에1523억원을 쏟아 부었으나 이미 유커들은 자국 브랜드의 성장과 유럽 럭셔리 브랜드의 유입으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어졌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뷰티 업계의 숙원은 장수브랜드를 키우는 것"이라며 "유커 복귀는 장수 시그니처 브랜드로 나아가는 데 트리거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내 뷰티 업체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위해 R&D에 지속 투자하며 실적 반등과 장수브랜드 도약을 노렸지만 정작 유커 복귀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미미하자 실망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전경. (사진=롯데면세점)
이러한 실적 부진이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5만 9659명으로 전년 동기(3만 248명) 대비 8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9월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 수도 전년(16만 4700명)에 비해 약 4배 늘어난 63만 8030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외국인 고객들의 객단가(1인당 매출)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들이 대부분 유커가 아닌 개별 관광객(싼커)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68.4%는 MZ세대(1980년대생 바링허우, 1990년대생 주링허우)로 이들에게는 단체 관광보다는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MZ세대 싼커'들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높은 제품을 찾는 '가치소비'를 행하는 동시에 체험형 콘텐츠를 즐기고 쇼핑에 투자하는 비용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주요 관광지 역시 시내면세점과 로드샵이 몰려있는 '명동'이나 '동대문'이 아닌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인 '성수'나 '홍대' 등이다. 이와 관련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MZ세대들도 우리나라 MZ세대와 다르지 않다"며 "MZ세대가 대부분인 싼커들은 쇼핑보다는 맛집 투어나 지역 관광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면세·뷰티업계는 언제 올지 모르는 유커들을 목놓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 고객 국적별 매출액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어가고 뷰티업계 역시 총 매출의 40%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들의 면세품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나치게 중국 의존도가 높은 면세·뷰티업계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을 반면교사 삼아 다양한 국가의 고객을 타겟으로 한 사업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경우 호주 시드니·멜버른·일본 도쿄·싱가포르 창이 공항점 등 해외 영토를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일본과 북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는 중국 유커에 의한 매출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품·매장·서비스 전략을 통해 면세점 경쟁력을 제고해서 여러나라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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