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 경고…'1유로=1달러' 20년래 첫 패리티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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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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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달러 패리티 20년만에 처음 현실화
"유럽 전체에 걸친 경기 침체 공포 반영"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로·달러 환율이 20년 만에 처음 패리티(parity·1대1 교환)를 나타냈다. 줄곧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던 유로화마저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보다 전 세계 다른 지역들이 경기 침체 공포에 더 취약한 것이다.

(사진=AFP 제공)


1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유로당 0.9998달러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에 사겠다는 호가가 나온 것이다. 지난 2002년 12월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같은 시각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56까지 치솟았다고 CNBC는 전했다. 200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오후 2시26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0.12% 상승한(유로화 강세·달러화 약세) 1.0051달러로 소폭 올랐다. 그러나 언제든 다시 1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하락하는 것은 유럽 에너지 위기에 따른 침체 공포 탓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의 달러화에는 오히려 돈이 몰리고 있는데, 유로화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맞설 만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았던 게 무색한 수준이다.

특히 러시아가 대(對)유럽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유럽 내 위기감은 증폭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각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로부터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40%를 공급 받았다. 러시아가 지난 11일부터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는 점차 현실화하는 기류다. 노르트스트림1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가스관이다.

조지 살라벨로스 도이체방크 FX리서치 책임자는 유로화의 추가 하락을 점치면서 “1유로당 0.95~0.97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CIBC 캐피털마켓의 제레미 스트레치 FX전략 책임자는 유로·달러 패리티를 두고 “유럽 전체에 걸친 침체의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달러화와 비교해 유로화마저 흔들리면서,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긴축과 함께 달러화가 독주하면 국제금융시장 전반이 패닉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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