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인터뷰]카타르가 깨운 송민규의 절박함, 영혼 불태우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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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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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규는 올해 간절함을 앞세워 전북 현대의 우승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 후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송민규는 올해 간절함을 앞세워 전북 현대의 우승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 후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정말 간절하게 뛸 것 같아요."

2022 카타르 월드컵은 16강 진출을 이뤄내면서 세계 축구를 상대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주도권을 갖고 경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몸만 풀었어도 큰 자산이다. 큰 경기에서 어떻게 흐름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지 눈에 넣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송민규(24, 전북 현대)가 그랬다. 최종 명단 발표 직전 치러진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1-0 승리에 일조했고 극적으로 월드컵 티켓을 손에 넣었다.

본선에서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벤치에서 절실한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포르투갈전에서 황희찬(울버햄턴)의 결승골이 터진 뒤 벤치에서 격정적으로 뛰어가 환호했고 16강 확정 후에는 세리머니에도 열심이었다. 무의식중에 태극기를 밟는 실수를 저질러 해명과 사과도 빠르게 하며 큰 대회는 모든 행동이 화제 대상임을 확인했다.

전북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전지훈련 출발 전 완주군 봉동읍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던 송민규는 "(월드컵을) 보면서 경기를 뛰지 않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도 그런 간절함이 느껴졌어요. (김)민재 형, (황)희찬이 형, (손)흥민이 형, (황)인범이 형, (김)진수 형도 그렇고 정말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간절하게 뛰더라고요"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극마크의 무게와 16강의 염원을 이뤄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대표에 대한 정립을 새로 했다는 송민규는 "팀을 위해, 나라를 위해, 국민들을 위해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인범이 형은 브라질전에서 교체된 뒤 바로 쓰러지더라고요. 어지럽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저런 상황에 직면하면 경기장 안에서 끝까지 뛰고 나와야겠다'라는 많은 배움이 있었어요"라며 영혼을 불태워 뛰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몸만 풀다 끝난 월드컵이었지만, 정말 뛰고 싶었다는 마음이 컸다는 송민규는 "대표팀에 소집되고 몸이 좋았어요. 경기에 나서면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물론 제가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제 권한이 아니니까요. 감독님의 선택이고 경기에 넣어줘야 하기 때문이니까요. 물론 자신감은 있었지만,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했어요. 그래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라며 월드컵 본선을 직접 체험하게 해줬던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팀 동료 조규성은 가나전 두 골의 힘으로 유럽 이적설에 휘말렸지만, 사실상 잔류로 가닥이 잡혔다. 오히려 등번호 없었던 27번째 선수였던 오현규(수원 삼성)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명문 셀틱으로 이적했다. 송민규가 2021년 페네르바체(튀르키예)와 함께 이적설이 났던 셀틱이라는 점에서 묘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송민규(오른쪽)는 카타르 월드컵 직전 최종 평가전인 아이슬란드전에 출전해 골맛을 보며 26명 안에 들어갔다. ⓒ곽혜미 기자


하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본 송민규다. 그는 "아쉬움이 많이 큰 것 같아요. 월드컵에 나서서 조금이라도 뛰었더라면 (유럽에서의 관심이 생길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갔고 해외 무대 진출 꿈은 아직도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결국,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북의 올해 목표인 3관왕(K리그, FA컵,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동시에 다 이뤄낸다면 해외 이적의 길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올해 전북에서 모든 역량을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송민규는 2018년 포항 스틸러스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뒤 2020년 27경기 10골 6도움으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2021년 전북 이적 후 정체성을 잃었다는 팬들의 지적과 마주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송민규다. 그는 "전북에서 정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선수가 잘하고 팀이 동시에 잘면 더 좋죠. 물론 해외는 저 혼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위치에서 팀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팀플레이를 앞세워 개인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동준이 새로 영입, 포지션 경쟁자가 더 늘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경쟁은 정말 좋은 일입니다. 경쟁하면서 서로가 더 성장하면 팀도 질적으로 올라가요. 경쟁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 속에서 이기려면 더 노력을 해야하고 실패하면 그에 맞게 성공하려고 더 노력해야 하고요"라며 즐기면서 김상식 감독에게 기회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전북에서 잘 뛰는 것은 중요하다. 9월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명단 포함 가능성이 있어 그렇다. 1년 연기되면서 송민규는 만 23세 이하(U-23)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와일드카드 또는 연령을 24세까지 확대해주느냐에 따라 승선 여부가 결정된다.

송민규도 이해하고 있다. 그는 "대회가 1년 연기되는 바람에 제가 뛸 수 있을지 모르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정말 초조해요. 나이가 미뤄지기를 바라야죠. (1살 늘어서 선발된다면) 정말 간절하게 뛸 것 같아요. 물론 전북이 가장 우선이고 아시안게임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서 정말 간절합니다"라며 영혼을 불태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경기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제대로 체험했던 송민규다. 아이슬란드전 한 경기가 그의 자세를 바꿔 놓았다. 그는 "실력과 운이 모두 중요해요. 부상도 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한 경기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죠. 골까지 넣어서 월드컵에 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경기가 늘 소중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새로 부임하는 A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A대표팀 승선은 물론 아시안게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 전북의 위상과 자신의 가치를 모두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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